[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롯데 마차도가 있다면 LG엔 오지환이 있다.
마차도가 멋진 수비로 롯데의 위기를 구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오지환의 수비도 이에 못지 않다. 몇년 전만해도 국가대표에 뽑힌 것이 논란이 됐던 오지환이지만 이제 모두가 그를 최고의 유격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의 수준을 볼 수 있는 장면이 6일 잠실 SSG 랜더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나왔다. 그 수비에 LG 류지현 감독은 역전 홈런을 친 김현수가 아닌 오지환을 이 경기의 MVP로 꼽을 정도였다. 당시 투수였던 앤드류 수아레즈도 "오지환이 항상 나를 비롯한 투수들을 도와주는데 이번엔 승부처에서 실점을 막고 이닝을 종료시켰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1 동점이던 5회초에 나온 수비였다. 8월 31일 이후 첫 등판을 한 수아레즈가 4회를 잘 막은 뒤 5회초 1사 1,3루의 위기를 맞은 상황. 6번 김강민이 제대로 당겨친 타구는 3-유간을 뚫을 것 같았다. 서건창의 홈런으로 1-1 동점을 만든 LG로선 수아레즈가 던지는 상황에서 다시 리드를 뺏길 경우 분위기를 넘겨줄 수도 있었다.
이때 오지환의 수비가 빛을 발했다. 다이빙하며 글러브를 뻗은 오지환은 공을 잡아냈고, 곧바로 2루로 던졌다. 이때 오지환의 2루 송구가 백미였다. 보통 2루로 던질 때 내야수들이 정확한 송구를 위해 강하게 던지지 않을 때가 더러 있다. 병살을 시키지 못하더라도 선행 주자만 잡겠다는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오지환은 정확성에 스피드를 더했다. 1루주자까지 잡지 못한다면 3루주자가 득점을 하기 때문에 병살을 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빠르게 2루로 간 공은 1루주자 최주환을 아웃시켰고, 공을 받은 2루수 이상호가 빠르게 1루로 던져 김강민까지 아웃시켰다. 오지환의 송구가 빠르지 않았다면 1루에서 접전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오지환의 빠른 상황 판단과 정확한 송구능력이 만들어낸 더블 플레이였다. 이 수비로 전환점을 맞이한 LG는 5회말 김현수의 역전 솔로포에 6회말 2사후 집중 4안타로 2점을 추가하며 LG가 4대1의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