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인천 유나이티드가 결국 파이널A행에 실패했다.
'생존왕' 인천은 전반기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며 파이널 A행은 물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까지 꿈꿨다. 하지만 8월말부터 시작된 '무승의 덫'으로 인해 물거품이 됐다. 8월 29일 울산 현대전에서 2대3으로 패한 인천은 이후 7경기에서 단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1무6패로 최악의 부진을 보이며, 파이널 B행이 확정됐다.
올 시즌 '무승의 덫'으로 고생한 것은 인천 뿐만이 아니다. '선두' 울산, 3위 대구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팀들이 한동안 무승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나상호 지동원, 팔로세비치 등 더하며 '명가 부활'을 선언했던 FC서울은 13경기 동안 승리하지 못하며 파이널B로 추락했다. 감독-단장 교체라는 후폭풍을 낳았다. 잔류 첫 해 상위권 도약을 노렸던 제주 유나이티드도 중반 꼬이며 12경기 동안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성남FC(이상 12경기), 수원 삼성(11경기), 광주FC, 강원FC(이상 8경기), 수원FC(7경기) 등도 오랜 기간 무승의 늪에서 허덕였다. 최근 4년 연속 우승에 빛나는 '절대 강호' 전북 현대조차 4~5월 무려 8경기 동안 이기지 못하며 위기에 빠졌다.
시즌은 길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올 시즌은 이례적이다. 많은 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그것도 아주 긴 기간 동안 '무승의 덫'에 빠졌다. 왜일까.
K리그 관계자들은 "코로나19가 만든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가라앉은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끌어올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흔히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지도자들은 여러 방법을 사용한다. 합숙을 하기도 하고, 회식을 통해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아니면 단기 전지훈련을 하거나, 아예 휴식을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코로나 때문에 경기 외적으로 모이기 힘든게 현실이다. 잘못 회식을 하다 확진이라도 되면 큰 일이 난다. 휴가를 준다해도 확진 우려로 대외 활동을 철저히 금하고 있어, 흔히 말하는 '리프레시'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선수단의 분위기를 바꾸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던 '베팅'까지 할 수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월 이사회를 통해 선수계약서 상에 명기되지 않은 추가수당, 즉 베팅을 2021년부터 전면 금지시켰다. 위반 적발시 K리그1 구단은 최대 10억원까지 내야한다. 적발된 날로부터 가장 가까운 등록기간에 신규 선수 등록을 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페널티까지 받게 된다. 코칭스태프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기분을 전환시켜 줄 수 있는 요소가 없다보니 분위기를 바꾸기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국이 계속되는 동안,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래서 '무승의 덫'은 남은 시즌 순위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