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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잠자던 투혼을 깨운 이재도의 리더십, FA 가치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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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내가 최고참은 아니지만, 할 말은 해야죠."

프로농구 창원 LG가 드디어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다. 긴 4연패의 늪을 벗어나 다시 창공을 향한 비상을 시작한 셈이다. LG는 지난 20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1라운드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모처럼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92대73으로 대승을 거뒀다. 연패 탈출과 시즌 첫 승에 어울리는 시원한 승리였다.

이 승리의 중심에 이번 시즌을 앞두고 FA로 LG에 합류한 이재도(30)가 있었다. 이재도는 이날 팀의 공격을 지휘하며 14득점·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1쿼터에서 3점슛 2방을 포함해 9점으로 팀내 최다득점을 올린 이재도는 2쿼터 이후에는 경기 조율에 힘을 기울였다. 챔피언 우승의 경험을 앞세운 이재도의 노련한 리드는 LG의 고질적 문제였던 '뒷심 부족'문제를 해결해줬다.

이재도는 지난 시즌까지 안양 KGC의 주전 가드로 맹활약하며 팀에 값진 우승을 안겼다. 이후 예상을 깨고 FA 시장에 나와 LG 유니폼을 입었다. LG는 이재도에 이어 서울 삼성에서 이관희까지 영입하며 가드진을 대폭 보강했다. 사실 이재도-이관희의 영입 효과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었다. 실제로 LG는 시즌 개막 후 4연패에 빠지며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재도의 가치는 한국가스공사전에서 비로소 빛을 발했다. 그는 경기만 이끈 게 아니다. 선수들의 마음과 집중력까지 코트에서 함께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나이나 경력은 중간급이고, 무엇보다 '이적생'이지만, 이미 팀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재도는 이날 경기에 대해 "첫 승을 해서 정말 기쁘다. 누구 한 명이 잘 해서가 아니고, 팀원들이 전부 잘해서 이긴 것"이라며 승리의 의미를 밝혔다. 이어 "연패를 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힘들었겠지만, 일단 선수들 분위기가 다운돼 있었다. 그런 게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경기 전에 정신력(스피릿)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내가 비록 어리지만, 선후배 동료들에게 '강하게 무장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밝혔다.

팀이 연패에 빠지면 우선적으로 선수들 사이에 무기력증과 패배의식이 깃든다. 이게 악순환의 시발점이 된다. 하위권 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를 빨리 깨는 팀이 높은 순위에 오른다. 농구 뿐만 아니라 축구나 야구, 배구 등 시즌을 치르는 단체 프로스포츠에서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를 깨트리기 위해서는 감독이 강하게 이끌거나, 또는 선수들 스스로가 나서야 한다. 보통은 후자의 경우가 더 효과가 좋다. 선수들을 이끌 수 있는 '라커룸 리더'나 '더그아웃 리더'가 진가를 발휘하는 시기다. 바로 이재도가 한국가스공사전에 보여준 모습이다. 은연중에 '리더'의 분위기가 묻어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LG는 FA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