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간절한' 골리앗과 '짠물 수비' 다윗이 격돌하면 누가 웃을까. 울산 현대와 전남 드래곤즈가 27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2021년 하나은행 FA컵 4강전을 치른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울산이 앞선다. 울산은 최근 몇 년 동안 K리그1(1부) 최상위 성적을 유지했다. 앞선 2년 연속 리그 준우승을 기록했다. 2020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챔피언이기도 하다. 올해도 '하나원큐 K리그1 2021'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 2017년에 이어 또 한 번 FA컵 정상을 노린다.
울산의 가장 큰 변수는 체력이다. 울산은 지난 17일 전북 현대와의 ACL 8강전을 시작으로 8일 동안 세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펼쳤다. 특히 17일 전북전, 20일 포항전은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선수들의 피로도는 무척 컸다. 이어지는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울산은 20일 포항전에서 승부차기 끝 고개를 숙였다. 24일 열린 성남FC와의 리그 정규리그 최종전에서도 1대2로 패했다. 올 시즌 내심 '3관왕'(K리그-FA컵-ACL)을 노렸던 울산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최근 자존심을 단단히 다친 울산.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는 각오다.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시즌을 치르며 FA컵의 중요성을 얘기해왔다. 단판승부가 남았다. 우리가 연일 이어진 경기로 피로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4강까지 진출했다. 한 경기만 잘 치르면 결승까지 갈 수 있다. 우리 팀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기회다. 남은 기간에 잘 준비해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자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팀을 위해 또 하나의 타이틀을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 또 팬들을 위해서도 타이틀을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울산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는 골키퍼 조현우 역시 "우리 팀의 목표가 두 개의 우승이다. 우승을 정말 하고 싶다. 홈에서 경기하는 것인 만큼 팬들 앞에서 꼭 우승하도록 힘을 합쳐 좋은 경기를 하겠다. 홈에서 열리는 경기니 꼭 승리해서 결승으로 가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남은 올해 FA컵 4강에 오른 유일한 K리그2(2부)팀이다. 2007년 이후 14년 만에 대회 네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분위기는 좋다. 외국인 공격수 발로텔리는 직전 경기에 나서지 않고 푹 쉬며 체력을 비축했다. 알렉스도 지난 주말 김천상무를 상대로 두 달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광양 루니' 이종호 역시 10월에만 3골을 넣으며 화력을 자랑했다. 무엇보다 전남은 올 시즌 리그 35경기에서 단 30골만 내줬다.
전경준 전남 감독은 "한 경기를 지면 다음이 없다.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결과를 내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울산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한 경기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FA컵 우승은) ACL에 나갈 수 있는 기회다. 그에 따른 회사의 지원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공격 선봉장' 이종호는 "도전자의 입장으로 좋은 경기를 할 것이고, 이겨서 결승전에 가는 것이 목표다. 심기일전하고 있다. 힘이 닿는 데까지 끝까지 싸워볼 생각"이라고 입을 뗐다. 그는 2017년 울산 소속으로 FA컵 정상에 오른 기억이 있다. 이제는 적으로 만난다. 이종호는 "울산과 상대팀으로 만나게 됐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다. 감회가 새롭다. 같이 뛰었던 선수들도 있고 문수구장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 울산에 아직 나를 응원하시는 분들도 많다. '이종호랑이'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