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또 하나의 역사를 작성했다. 우승도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이제 아시아 정상까지 딱 한 걸음 남았다.
콜린 벨 감독(61)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3일(한국시각) 인도 푸네의 시리 시브 차트라파티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202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결승전 티켓을 거머쥐며 아시아 정상을 향한 도전을 이어갔다.
두드리고 또 두드린 끝에 거머쥔 값진 결과다. 한국은 1991년부터 이 대회에 참가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준결승에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5차례(1995·2001·2003·2014·2022년) 진출했다. 역대 최고 성적은 2003년 태국 대회에서 기록한 3위다.
벨 감독과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 굳은 각오를 다졌다. 벨 감독은 앞서 여자월드컵 출전과 아시아 무대 정상 등극을 외쳤다.
뜨거운 다짐은 그라운드 위에 고스란히 펼쳐졌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베트남(3대0 승)-미얀마(2대0 승)-일본(1대1 무)를 상대로 무패를 달렸다. 분위기를 띄운 한국은 8강에서 호주를 1대0으로 제압했다. 한국은 2010년 10월 23일 피스퀸컵(2대1 승) 이후 12년 만에 호주를 상대로 승리를 챙겼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2023년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한국은 2015년 캐나다, 2019년 프랑스에 이어 3연속 여자월드컵에 출격한다. 한국 여자축구 역사상 처음이다.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한 한국은 우승을 향해 다시 신발끈을 조여 맸다. 4강에서 만난 상대는 '다크호스' 필리핀이었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한국이 압도적 우위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8위다. 필리핀은 64위에 랭크돼 있다.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도 2전 전승으로 앞서 있다. 2008년 아시안컵 예선에선 4대0, 2018년 아시안컵 5·6위전에선 5대0으로 승리했다.
그렇다고 방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필리핀은 지난해 10월 앨런 스타이치치 감독 체제로 새 돛을 올렸다. 이번 대회 돌풍을 일으켰다. 8강에서 FIFA랭킹 39위의 대만을 잡고 4강에 올랐다. 필리핀 역사상 처음으로 여자월드컵 진출권도 거머쥐었다. 벨 감독은 필리핀전을 앞두고 "필리핀도 과거와는 다른 팀이다. 다른 선수들, 다른 상황으로 경기를 치른다.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뚜껑이 열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완전체'로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벨호'는 코로나19 탓에 단 한 번도 완전체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완전체로 뭉친 한국은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한국은 킥오프와 동시에 상대를 몰아 붙였다. 경기 시작 4분 만에 선제골을 폭발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김혜리(인천현대제철)가 올린 크로스를 조소현(토트넘)이 깜짝 헤딩으로 득점을 완성했다. 전반 35분에는 추효주(수원FC)의 폭풍 드리블 뒤 손화연(인천현대제철)의 깔끔한 마무리로 추가골을 만들었다. 한국의 압도적 경기력에 필리핀은 동력을 잃었다.
기세를 올린 한국은 한 발 더 나아가 결승까지 내다봤다. 후반 7분 수비수 장슬기(현대제철)를 투입했다. 장슬기는 앞선 호주전에 유일하게 제외됐다. 장슬기는 결승을 앞두고 필리핀을 상대로 경기력을 끌어 올렸다. 또한, 호주전 뒤 통증을 호소했던 지소연(첼시)은 후반 12분 교체돼 컨디션을 조절했다. 한국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결승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아시아 정상을 향한 마지막 대결은 6일 오후 8시에 펼쳐진다. 중국-일본전 승자와 우승컵을 두고 격돌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