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작년에 (유)한준이 형 정말 부럽더라. 나는 30홈런 100타점 치고, 팀은 우승하고 멋지게 마무리하면 좋겠다. 남자가 한번 뱉은 말은 책임져야지. 번복 안한다."
놀라울 만큼 쪽 빠진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유니폼도 헐렁하기 그지 없었다. 은퇴 전 마지막 시즌에 임하는 이대호의 각오는 그만큼 남달랐다.
12일 김해 상동연습장에서 이대호를 만났다. '마지막 시즌'을 앞둔 진지함과 결연함이 주위를 맴돌았다. '살이 많이 빠졌다'는 말에 "살이 저절로 빠지겠나. 내가 뺐다. 올해는 마지막이니까,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은퇴를 준비하는 마음? 울컥할 때가 많더라. 마지막 기회인데, 좋은 성적 내야되지 않겠나. 내가 잘하면 우리 팀 성적도 잘 나올 거라 생각한다."
올겨울 롯데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손아섭(NC 다이노스)이 창원으로 떠났고, 스트라이크존 확대가 결정됐다. 사직구장 외야는 넓어졌고, 펜스도 무려 6m까지 높아졌다. 하나같이 이대호에겐 불리한 변화들이다.
그는 "물론 내겐 불리한 요소들"이라면서도 "넘어갈 타구는 넘어간다. 또 홈에서 72경기를 하지만, 그만큼 원정경기도 한다. 좋은 스윙에 맞으면 홈런이 나오게 돼있다"고 답했다. 평소 같은 여유와 미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유독 감성적이었다.
"프로야구만 20년 넘게 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많다. 새로운 시즌 준비도, 전지훈련도 내년엔 없다. 20년 동안 큰 부상 없었던 건 매년 겨울을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이다. 힘들지만 행복했던 시간인데, 이젠 끝이다. 올겨울 혼자 운동하는데, 다신 못한다 생각하니 후련하면서도 섭섭하고 슬펐다."
혹시 모를 번복 가능성을 묻자 "그럴 일은 없다"며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이어 지난해 KT 위즈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뒤 유니폼을 벗은 유한준의 이름이 나왔다. "작년에 유한준 선배 정말 멋있더라. 마음 같아선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난 30홈런 100타점 치고, 우리 팀은 우승하고"라며 거듭 강조했다.
"너무 눈물날 것 같아서" 은퇴식도 안하고 싶다는 이대호. 대신 그는 '원정 사인투어'를 제안했다. 롯데 팬이 부산에만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타팀 팬도 원한다면 '선수 이대호'의 사인을 해주고 싶다는 속내다.
후배들과도 가능한 많은 추억을 남기길 원한다. 이대호는 "이렇게 1,2군이 같이 훈련할 기회가 흔치 않다. 내게 남은 시간은 6개월 뿐이다. 무서워하지 말고 언제든 와서 뽑아가라, 성심성의껏 대답해주겠다고 했다. 나도 어릴 때 선배들 쫓아다니면서 하나라도 얻으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한동희부터 추재현까지, 아끼는 후배들의 이름도 언급했다. 이대호는 "김주현이 덩치도 크고 좋은 선수다. 추재현도 와서 궁금한 걸 물어봤다. 김민수는 주변에서 왔다갔다만 하고 말은 안하더라. 한동희는 타격 연습할 때 자기 조에 안 있고 자꾸 우리 조에 껴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장두성은 진짜 발이 빠르다. 중견수 보면 안정감이 넘친다. 이학주도 작년보다 훨씬 잘할 것"이란 덕담도 곁들였다.
손아섭(NC 다이노스)이 이적하는 등 지난해보다 전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대호는 "솔직히 안타깝다. 다른 팀들은 전력을 보강하는데 우린 오히려 주축 선수가 빠져나갔으니까"라면서도 스스로를 가열차게 다잡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이기는게 스포츠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란 변수도 있고, 이기다보면 흐름을 탈 수도 있다. 약해졌다고 해서 포기해선 안된다. 4강에 오르는게 중요하다. 4강에만 올라가면 또 모른다. 우리가 우승할 수도 있지 않을까."
김해=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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