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매직'은 다시 시작이다. '최용수 매직'이 새시즌 초반부터 강원을 뜨겁게 달궜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FC가 20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1라운드 개막전 성남FC와의 홈경기서 2대0으로 완승했다.
종반으로 치닫던 후반 35분 신입 용병 디노(이슬라모비치)가 데뷔 결승골을, 42분 김대원이 쐐기골을 터뜨린 경기라 홈팬들의 쾌감은 더했다. 1년 전, 울산 현대에 0대5로 대패한 뒤 5연속 무승(2무3패)으로 시작하며 힘겨운 시즌을 보냈던 2021시즌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날 화끈한 신고식은 '독수리' 최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매직'이 통한 결과였다. 매직1은 유상훈의 선발 투입이다. 33세의 베테랑 골키퍼 유상훈은 '최용수의 남자'로 올해 FC서울에서 강원으로 이적했다.
2021시즌 서울에서 두 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하는 등 백업으로 밀렸지만 유상훈과 좋은 기억이 많았던 최 감독은 그의 영입을 구단에 적극 요청했다. 사실 유상훈이 지난 시즌 출전 기회가 너무 적어 초기에 주전 자리를 잡을지 미지수였다. 하지만 최 감독은 유상훈을 이날 선발로 기용했다. "뮬리치의 높이가 좋기 때문에 제공권 수비가 좋은 유상훈을 선택했다"는 게 최 감독의 설명이다.
홈에서 열리는 시즌 개막전의 부담감을 감안할 때도 베테랑 유상훈이 젊은 후배보다 낫다고 최 감독은 판단했다. 유상훈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강원이 선제골을 넣기 전까지 죽을 뻔한 강원을 살린 것은 유상훈의 선방쇼였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닌, 여러 차례 걸쳐 실점이나 다름없는 상황을 막아냈다. 전반 33분 골문 구석으로 향하던 전성수의 중거리 슈팅을 몸을 날려 막은 유상훈은 후반 1분 또 전성수의 문전 터닝슛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두 차례 땅을 친 전성수는 후반 13분 박용지와 교체됐다. 이후 세트피스 상황에서 김민혁의 헤더슛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는가 하면 후반 31분 마상훈과의 1대1 상황에서 결정적인 논스톱 슈팅을 막아내며 성남을 맥빠지게 만들었다.
이때까지 유효슈팅에서 강원이 1개, 성남 6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유상훈의 슈퍼세이브는 강원의 구세주이자, 최 감독의 용병술에 훌륭한 화답이었다.
최용수 매직은 후반 23분 이정협 대신 디노를 교체 투입하면서 본격적으로 빛을 발했다. 올해 처음으로 K리그에 진출한 디노에겐 신고 무대였다. 디노는 투입되자마자 저돌적으로 압박에 나서고 가로채기를 하는 등 탄성을 자아냈다. 한동안 수세에 몰렸던 강원도 기를 펴기 시작하더니 35분 절묘한 그림이 나왔다. 후방에서 투입된 롱볼을 잡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가던 디노는 성남 수비수 마상훈의 헤더 백패스를 놓치지 않고 가로채 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최 감독은 "상대가 박용지 투입으로 분위기 전환을 꾀할 것을 예상했다. 우리도 디노를 20분 정도 뛰게 하려고 준비했는데 딱 그 타이밍이 왔고, 디노가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디노는 "후반에 교체 투입된 만큼 동료 선수들보다 더 열심히 뛰자는 생각이었다. 오늘 데뷔전은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만족한다"고 화답했다.
강원이 시즌 개막전에서 승리한 것은 2020년 FC서울과의 경기(3대1) 이후 2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FC서울 사령탑이 최용수 감독이었다. 그는 악몽을 안겼던 강원에서 '매직 시즌2'를 쓰기 시작했다. 강릉=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