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회자정리'.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기 마련이라지만, 첼시팬들이 애써 외면했던 순간이 왔다. 첼시 구단을 이끌어온 로만 아브라모비치(56)가 스탬퍼드 브리지를 떠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로 첼시 매각 압박을 받아온 '푸틴 측근'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현지시간 2일, 첼시와 루턴타운이 격돌한 FA컵 16강전을 62분 남겨두고 첼시 매각을 공표했다.
그는 첼시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을 위해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리고자 한다. 나는 구단을 매각키로 했다. 구단과 팬, 직원들, 스폰서와 파트너에게 가장 좋은 결정이라고 믿는다"며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단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첼시의 일원이 된 것은 일생일대의 특권이었다. 우리가 이룬 공동 업적이 자랑스럽다. 첼시와 서포터는 항상 내 마음속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단 매각에서 나오는 자금을 첼시 재단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들을 돕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사업과 돈에 관한 것이 아니다. 클럽에 대한 내 순수한 열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영국 'BBC'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발표가 '충격적이면서, 충격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2003년 구단을 인수해 20년 동안 구단주 자리를 지킨 아브라모비치의 갑작스런 퇴장은 충격적이지만, 러시아 침공과 관련해 영국 의회로부터 꾸준히 압박을 받아온 터라 어느 정도 예상된 결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팬들과 선수단이 받아들이는 감정은 '쇼킹'에 더 가까웠다.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토마스 투헬 첼시 감독은 루턴타운을 3대2로 꺾은 뒤 "아브라모비치 없는 첼시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그저 그런 런던 클럽'을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클럽 중 하나'로 바꿔놓은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가장 최근에 들어올린 FIFA 클럽월드컵과 유럽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총 17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들었다. EPL 정상에도 다섯번 올랐다.
첼시뿐 아니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도 한 획을 그었다. EPL이 '로만 시대' 전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다. BBC 표현을 빌리자면,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전통적인 잉글랜드 프로축구의 룰을 뒤집었다. '현상 유지' 풍토는 사라졌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불안정한 운영으로 성공의 길을 걸었다. 그 뒤로 셰이크 만수르 맨시티 구단주 등 다른 국가의 부호들이 줄줄이 EPL에 입성해 EPL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리그로 변모시켰다.
조제 무리뉴 감독부터 현 토마스 투헬 감독까지, 13명의 감독이 오갈 때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조급증을 탓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렇지만 구단 진열장에는 트로피가 쌓여갔다. 팬들은 '로만의 방식'을 받아들였다. 루턴전에 모인 수많은 첼시팬들은 경기 중 '아브라모비치'의 이름을 연호했다. 러시아의 무력 침공 사태와는 별개로, 그들이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를 어떤 존재로 여기는지를 엿볼 수 있다. 물론, 루턴 팬들은 "창피하다"며 야유를 퍼부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발표 전부터 이미 매각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출신 억만장자인 한스조르크 위스는 지난달 26일 스위스 신문 '블릭'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의회로부터 제재 압박을 받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첼시를 빨리 처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현지에선 위스를 유력한 차기 구단주로 관측하고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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