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KBS2 코미디 서바이벌 프로그램 '개그로 승부하는 자들-개승자'(이하 개승자)가 지난 12일 파이널 라운드 최종 결승전을 끝으로 5개월간의 뜨거웠던 여정을 마무리했다.
'개승자'는 지난 2020년 6월 종영한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이후 KBS에서 약 1년 반 만에 제작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개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레전드 코미디언들이 팀장으로 출격했고, 29기 이하 기수의 KBS 공채 코미디언들로만 구성된 신인 팀까지 총 13팀이 치열한 개그 경쟁을 펼쳤다. 그리고 시즌1을 마친 '개승자'는 희망과 동시에 숙제를 남긴 방송이 됐다.
▶'본거 또보고' '개콘' 답습의 한계
지난 해 11월 13일 첫 방송에서 평균 시청률 5%(이하 닐슨코리아 집계·전국 기준)는 준수한 성적으로 시작한 '개승자'는 하락세를 거듭하다 지난 달 19일 방송에서는 2.9%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이후 3%대로 복귀하긴 했지만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것은 '개승자'의 가장 큰 숙제다.
혹평도 많았다. 의욕 넘치게 시작했지만 '개콘'의 복사판이라고 불릴만큼 똑같은 얼굴들로 채워졌고, 그 멤버들이 '개콘'에서 자주봤던 코너를 그대로 답습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는 '개콘 시즌2'라는 혹평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서바이벌이라는 형식 역시 tvN '코미디 빅리그'의 순위제에서 따온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늘 코미디 프로그램을 살려야한다는 목소리가 공허한 외침에 머무는 이유는 바로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그들의 한계에 있다. 유튜브만 봐도 색다른 웃음거리가 많지만 '개승자'는 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쉽게 따라잡지 못했다.
▶서바이벌의 쫄깃함, 괜찮네
하지만 '개승자'는 매 라운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웃음 외에도 경연만의 쫄깃함을 동시에 선사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또 서바이벌 프로그램답게 1라운드 밀어내기 미션부터 2라운드 조별리그 미션, 3라운드 깐부 미션, 4라운드 1:1 데스매치 미션, 5라운드 TOP6 결정전 미션, 파이널 라운드 와일드카드 오픈 미션 등 신선한 방식의 미션들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덕분에 이승윤 팀을 최종 우승으로 이끈 코너 '신비한 알고리즘의 세계'나 화려하고 중독성 강한 개그 티키타카가 돋보이는 변기수 팀의 '힙쟁이', 탄탄한 스토리와 허를 찌르는 반전까지 완성도 높은 콩트 개그 김원효 팀의 '압수수색', 비대면 시대 화상 회의 콘셉트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참신한 개그 신인 팀의 '회의 줌 하자' 등이 탄생하기도 했다.
파이널 라운드 최종 결승전 경연을 마친 후 출연자들은 개그 프로그램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기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시즌2가 나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