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제아무리 상대적 약체랄지라도 에이스와 주전 골키퍼가 동시에 빠지는 건 우리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대표팀의 통산 최다골 기록 보유자인 알리 마브쿠트가 오는 29일 UAE 두바이 알막툼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과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A조 10차전(최종전)에 경고누적으로 결장한다. 지난해 9월 시리아와의 경기에서 한 차례 경고를 받은 마브쿠트는 지난 25일 이라크전에서 또 다시 노란딱지와 마주했다. 아랍 신문 '알바얀'은 "마브쿠트를 대신해 카이오가 중앙 공격수에 위치할 것"이라고 28일 보도했다.
UAE로선 크나큰 악재, 한국으로선 호재일 수밖에 없다. 마브쿠트는 UAE 축구의 '황금세대' 핵심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손흥민 같은 존재다. 2009년 A대표팀에 데뷔해 지금까지 102경기에 출전해 79골을 넣었다. 2019년 UAE 대표팀 최다골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에만 A매치에서 14골을 몰아넣었다. 부상으로 1~2월 예선에 결장한 마브쿠트는 중요 일전에 또 뛸 수 없다.
UAE는 이라크 원정에서 핵심선수를 잃었을뿐 아니라 0대1로 패하며 플레이오프(4라운드) 진출권이 걸린 3위 확정에 실패했다. 승점 9점으로 3위를 지키고 있지만, 4위 이라크와의 승점차가 1점으로 좁혀졌다. 한국에 비기거나 지고, 이라크가 시리아 원정에서 승리할 경우 3위 자리를 내줘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된다. A조 3위는 오는 6월 B조 3위 호주와 단판승부를 펼친다. 승자는 같은 달 중순 남미예선 5위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거친다.
앞서 공격수 파비오 리마, 주전 골키퍼 알리 카시프가 부상으로 낙마했다. 브라질 출신 파비오는 2020년 귀화해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만 5골을 넣으며 주축 공격수로 발돋움한 선수였다. 아르헨티나에서 귀화한 세바스티안 타글리아뷔까지 부상으로 빠져 이번 한국전에는 카이오 한 명에게 운명을 맡겨야 하는 실정이다. UAE는 지난해 11월 고양 원정에선 마브쿠트, 카이오, 백전노장 이스마일 마타르 등을 총투입하고도 무득점 0대1로 패한 바 있다. 최근 월드컵 예선 5경기에서 단 3골에 그친 UAE가 김민재 김영권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골문을 위협하긴 아무래도 어려울 전망이다.
골키퍼 카시프의 부상도 호재다. 마브쿠트, 오마르 압둘라만 등과 황금세대를 구축한 카시프는 지난 한국전에서 수차례 선방을 선보였다. 전반 정우영의 프리킥과 후반 손흥민의 문전 앞 슛을 쳐냈다. 총 17개의 슛을 때린 한국은 전반 36분 황희찬의 페널티 골로 간신히 1대0 승리했다. 현재 남은 골키퍼 중 가장 경험이 풍부한 마제드 나세르마저 소집기간 중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골문도 불안요소로 떠올랐다. 미드필더 듀오 압둘라 라흐만과 타눈 알 자비가 경고누적 징계를 떨치고 돌아오지만, 스쿼드 내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한국은 2006년 1월 친선경기에서 UAE에 0대1로 패한 뒤 6연승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란에 승점 1점 앞선 벤투호는 이번에 승리할 경우, 월드컵 최종예선을 무패 및 조 1위로 통과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