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8일 광주 챔피언스필드.
1회말 1사 2루에서 첫 타석에 선 KIA 타이거즈 나성범은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 1볼에서 SSG 랜더스 선발 투수 오원석의 3구째를 기다렸다. 와인드업 후 오원석의 손을 떠난 직구는 스트라이크존이 아닌 나성범의 몸쪽을 향했다. 공은 헬멧을 강타했다. 헬멧이 벗겨질 정도의 큰 충격을 받은 나성범은 타석에서 벗어나 얼굴을 감싸 쥔 채 주저 앉았다. '헤드샷'으로 퇴장 명령을 받은 오원석은 놀란 표정 속에 마운드에서 내려와 한동안 벤치로 들어가지 못한 채 서성일 정도였다. KIA 트레이너가 급히 뛰어나와 나성범의 상태를 살폈고, 나성범은 곧 일어나 벤치로 걸어 들어갔다. 대주자 이우성과 교체된 나성범은 곧바로 구단 지정병원으로 후송돼 정밀 검진을 받았다.
KIA 관계자는 "나성범이 CT촬영 검진 결과 이상 없음(단순 타박) 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헬멧에 달고 있던 안면 보호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오원석이 던진 공은 나성범의 오른쪽 어깨를 스쳐 안면으로 향했다. 속도가 거의 줄지 않은 공은 안면 보호대를 강타했다. 전광판에 찍힌 구속은 145㎞. 안면 보호대가 아니었다면 광대뼈 함몰 같은 대형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귀 부분에 뺨 부위를 가리는 플라스틱 보호대가 이어진 헬멧은 '검투사 헬멧'으로도 불린다. 헬멧이 머리를 보호해주지만, 안면 부위까지 공을 막아주지 못하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안면 보호대로 얼굴을 가려 사구 부담을 줄임과 동시에 타석에서 보다 자신감을 갖는 효과가 있는 반면, 시야를 가려 타격에 지장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큰 부상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에 대한 이견은 없다. 나성범은 그 효과를 확실히 본 셈이다.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나성범과 6년 총액 150억원에 계약했다. 중심 타선에 무게감을 더함과 동시에 향후 팀 리더로 역할까지 기대하고 있다. 큰 기대 속에 개막을 앞둔 나성범이나 KIA 모두 이날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KIA는 이날 SSG를 4대3으로 꺾었다. 선발 이민우가 5이닝 2실점을 기록했고, 타선에선 최형우가 2타점을 올리며 힘을 보탰다. 구원 등판한 이준영을 비롯해 필승조 장현식, 정해영도 1점차 리드 상황을 지켰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