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돼지의 왕' 원작자 연상호 감독과 드라마화를 한 탁재영 작가가 드라마로 탄생한 '돼지의 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9일 오전 연상호 감독과 탁재영 작가는 온라인을 통해 스포츠조선과 만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돼지의 왕' (탁재영 극본, 김대진 김상우 연출, 원작 연상호)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탁재영 작가는 "'돼지의 왕'이 호평도 많이 받은 작품이고, 좋아해주시는 팬들도 너무 많아서 이걸 원작 팬들 말고도 시청자 분들도 재미있게 즐겨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원작에서는 사회성이 컸다면, 드라마에서는 스릴러 장르를 추가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원작자인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의 드라마화를 가장 먼저 제안했던 인물. 탁재영 작가에게 1, 2부의 대본을 써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단다. 이에 '돼지의 왕'이 드라마로 탄생했다는 후문이다.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이 단편 영화였기에 드라마로 가기에는 내용이 많이 부족했었다. 그래서 제작사를 만나기 전에 탁재영 작가와 지금의 스릴러적 구성과 연쇄 살인의 구성으로 가자는 얘기를 나눴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충분히 드라마 분량이 나오겠다고 생각했어서 사실 드라마의 구성이 낯설지는 않았다. 오히려 탁재영 작가가 그런 스릴러적 구성을 재미있게 잘 만들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화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물론 있었지만, 연상호 감독의 지원과 탁재영 작가의 '빌드 업'이 드라마화를 무리 없이 이뤄내게 만들었다고. 탁재영 작가는 "상당히 걱정을 많이 했다. 일반 시청자분들도 더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게끔 리부트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혹시나 원작에서의 메시지나 주제, 의미,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많이 했었고, 원작에서의 메시지와 스릴러 장르로서의 재미를 어떻게 잘 조합시키면서 12화까지 끌고갈 수 있을지 고민들을 했는데 그런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원작에서 연상호 감독님이 작품을 할 때 관객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는 그대로 가져가자. 그래서 원작팬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게끔 노력했다"고 밝혔다.
'돼지의 왕'은 원작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성인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담아내는 중. 원작이 끔찍한 사건을 겪었던 인물들의 피폐한 상황을 담는다면, 드라마에서는 사적 복수를 이어가는 황경민의 이야기가 더 많이 담기는 중이다. 연상호 감독은 "원작이 상영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 사실은 탁 작가가 이 작품을 쓸 때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가해자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데, 그들을 넣어서 드라마화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고, 이 드라마가 십 몇 년 전에 받았던 좋은 질문들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렇게 원작보다 재미를 더해낸 '돼지의 왕'이 탄생했다. 연상호 감독은 "아무래도 원작은 우리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사실은 어떤 매체에서 하나의 장르기도 하잖나. 그런 장르를 하고 있다면, 드라마는 연쇄살인하는 수사극이 결합이 된 형태라고 생각한다. 연쇄살인극이나 수사극이란 색이 더 강하다. 그런 측면에서 원작과 달리 색다르게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을 것 같고, 예전 애니메이션이었을 때와는 달리 생생한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차별성이자 재미인 것 같다"고 말하며 기대를 드러냈다.
해외에서도 기대작으로 조명받는 중이다. 연상호 감독은 "미국의 친구가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는데 '돼지의 왕'을 봤다더라. 그 친구가 얘기하는 게 이게 해외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하더라. 장르성이나 따돌림 행위도 미국에서 흔히 있는 얘기라 사실은 그런 것들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의 소재를 찾을 제가 사는 세상에서 소재를 찾으려고 하는 편이다. 이런 것들을 보면 제가 사는 세상이 해외의 다른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런 작품의 반응들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8일 공개된 '돼지의 왕'은 2012년 칸 국제영화제 등 다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연상호 감독이 만든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로부터 '폭력의 기억'을 꺼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스릴러를 담는 작품이다. 친구이자 형사인 정종석(김성규)을 향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대담히 남기고 사라진 황경민(김동욱)과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드라마만을 위해 만들어진 강력계 형사 캐릭터 강진아(채정안)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들이 '연쇄살인극'과 '수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추가해냈다.
원작에는 학교 폭력과 관련한 사회성이 더 많이 등장했다면, 드라마에서는 성인이 된 피해자 황경민이 성인이 돼 사적 복수를 행해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돼지의 왕'은 매주 금요일 티빙을 통해 공개 중이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