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감독으로서 부족한 게 많고,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성남FC를 이끌어 온 '2002 한일 월드컵 영웅' 김남일 감독이 대패 후 마치 팀을 떠날 것을 시사하는 듯한 폭탄 발언을 했다. 6일 홈구장인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김천 상무에 0대3으로 완패하며 시즌 5패(1승2무)째를 당한 뒤였다. 지난 7라운드에서 수원FC를 상대로 뒤늦게 첫 승을 거둔 감격도 잠시, 성남은 시즌 최하위에서 한치도 움직이지 못했다. 비록 시즌 초반이지만, 이런 경기력이라면 강등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런데 팀의 위기를 고민하고 수습해야 할 김 감독은 이런 사태 앞에서 '폭탄 발언'을 하며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그가 보여준 태도는 책임감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이날 경기에 지고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김 감독은 채 1분도 안되는 시간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감독으로서 부족한 게 많고,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있다. 미래에 대해 구단하고 얘기를 좀 해봐야겠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다."
그리고는 굳은 얼굴로 금세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성남 구단 관계자들은 감독의 갑작스러운 발언과 행동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김 감독의 발언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감독으로서 부족한 게 많다. 미래에 대해 구단과 이야기 하겠다." 이 말은 곧 자신이 팀을 계속 끌고가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자진 사퇴를 암시하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김 감독의 이런 발언에 진정한 책임감이 담겨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책임감'은 팀을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든 탈출시킨 뒤 써야 할 단어다. 올해 성남은 시즌 개막 후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비록 지난해 잔류의 일등공신인 국가대표 수비수 권경원이 떠났다고는 해도,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친 권완규를 영입해 전력 누수를 막았음에도 수비에 큰 허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부족했던 득점력 또한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김 감독은 2020년 팀을 맡으며 '공격적인 축구'를 표방했지만, 지난 2년간 성남은 연속 10위로 간신히 강등만 면하는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초보 감독'으로 곧바로 K리그1 성남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전술이나 지도력 측면에서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김 감독은 '폭탄 발언'을 하기에 앞서 어떻게 현 상황을 개선해야 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현재 성남 구단은 감독의 발언으로 인해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 어수선하다. 감독의 발언이 위기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된 셈이다. 과연 성남이 이 위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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