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린 10일 대전야구장. 오후 2시 경기를 앞둔 오전 11시10분 쯤 후문 쪽에 청바지에 셔츠, 가벼운 옷차림을 한 외국인이 나타나자, 기다리고 있던 팬들이 몰려들었다. 이 외국인 선수는 살짝 입가에 미소를 달고 모든 팬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준 뒤,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투 스트라이크가 되더라도, 흔들림없이 자기 공을 기다리면서 때리는 선수다. 어느 리그에 가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멘탈도 그렇고 인성도 좋아 선수단 내 리더 역할까지 한다"고 칭찬했다.
마이크 터크먼(32), 한화 이글스 외국인 외야수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공수주, 하나를 제대로 하기도 어려운데, 전부 잘 한다. 타석과 누상에선 기대와 긴장감을 불어넣고, 그가 위치한 수비 위치로 타구가 날아가면 안심이 된다.
특히, 타격이 눈부시다. 거의 모든 수치가, KBO리그 '최고 타자' 터크먼을 가리킨다.
11일 현재, 8경기 전 게임에 3번을 맡아 타율 4할8푼4리(31타수 15안타)-1홈런-3타점-4득점-OPS(출루율+장타율) 1.242. 팀이 개막전부터 6연패를 하는 동안에도, 연패를 끊고 2연승을 할 때도 터크먼은 기복없는 활약을 이어갔다. 진지하고 과묵한 평소 모습대로, 묵묵히 중심타자 역할을 수행했다.
타율과 최다안타 1위고, OPS 공동 1위다. 8경기 연속 안타를 치고, 6경기에서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중장거리타자라는 평가대로, 2루타가 5개나 된다.
팀 리빌딩을 진행해온 한화는 젊은 자원들이 주축이다. 계속해서 경험을 쌓아가며 능력치를 올려가고 있는 단계다. 젊은 선수들에게 터크먼은 좋은 롤 모델이다.
터크먼이 KBO리그 첫 홈런을 터트린 8일 KT전. 구단은 홈런공을 챙겨 'YOUR TIME HAS COME(너의 시간이 왔다)' 문구를 넣어 터크먼에게 선물했다. 터크먼은 "의미있는 공이 나한테 오기까지 신경써주시고 도와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팬들을 위해 이런 홈런볼을 최대한 많이 만들고 싶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터크먼은 콜로라도 로키스, 뉴욕 양키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25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3푼1리-17홈런-78타점-93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고, 이번 시즌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총액 100만달러 계약조건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지금까지 활약을 보면, 100만달러 이상의 성적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돌아보면, 이글스 소속으로 좋은 활약을 한 외국인 타자가 많았다. 멀리는 제이 데이비스와 댄 로마이어, 가깝게는 윌린 로사리오와 제러드 호잉이 좋았다.
로마이어, 데이비스가 맹활약을 한 1999년, 한화는 처음이자 유일한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다. 그해 로마이어는 2할9푼2리-45홈런-109타점, 데이비스는 3할2푼8리-30홈런-106타점을 기록했다.
로사리오는 2016~2017년 2년간 타율 3할3푼(937타수 309안타)-70홈런-231타점을 쳤다. 2년 연속 3할 타율-30홈런-100타점 달성.
호잉 또한 한화 팬들이 잊기 힘든 선수다. 2018년 첫 해 타율 3할6리(529타수 162안타)-30홈런-110타점 맹활약을 했다. 만년 최하위팀 한화가 그해 정규시즌 3위까지 치고올라가, 10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다이너마이트 타선' 재건을 간절히 바라는 한화 팬들은 터크먼을 보면서, 과거 특급 활약으로 힘이 됐던 외국인 타자들을 떠올릴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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