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2021~2022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놀라운 투혼을 보여준 끝에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한 안양 KGC가 시즌 종료와 함께 고민에 빠졌다. 팀을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리고, 우승과 준우승을 일궈낸 '명장' 김승기 감독과의 재계약을 놓고, 장고에 빠진 것이다.
신중함을 기한다는 측면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장고 끝에 악수'를 둘까 우려된다. 이미 지도력이 충분히 검증된 김 감독을 노리는 구단이 있기 때문이다. 크지 않은 조건 차이를 저울질 하다가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김 감독을 놓친다는 건 결국 '우승 포텐셜'을 내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우승 후 KGC와 1+1년 계약을 맺었다. '+1년'의 조건은 이번 시즌에 '벌금 500만원 이상 받지 않을 것'으로 그다지 까다롭지 않아 사실상 2년 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 '우승 감독'에 대한 재계약 조건치고는 상당히 인색했던 게 사실이다. 연봉 인상분도 크지 않았다.
그래도 김 감독은 KGC의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열정적으로 시즌을 치렀다. 여러 고비에도 불구하고 팀의 경쟁력을 유지하며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끄는 성과를 만들었다. 6강과 4강 플레이오프, 그리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흔히 말하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과 KGC 젊은 선수들의 '케미'는 역대 어느 KBL 구단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정도다.
이런 김 감독과 KGC 구단은 챔피언 결정전을 마친 뒤 계약 연장 협상에 들어갔다. 지난 11일 오후 김 감독과 전삼식 단장, 김성기 사무국장이 미팅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기본 기조는 '계약 연장'이다. 김 감독의 기본 입장은 '잔류'다. 그는 "솔직히 팀에 남고 싶은 게 사실이다. 선수들과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 이 정도로 잘 만들어진 선수들을 다시 만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계약 조건이다. KGC 측도 그간의 성과와 리더십, 그리고 향후 비전 등을 고려해 김 감독과 계약 기간을 연장하려는 기조인데, 기간과 연봉에서 의견 차이가 있다. 김 감독은 '최소 3년'을 원한다. 팀을 재정비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다시 챔피언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기간을 감안했다. KGC 구단 측은 이 지점에서 '장고'에 빠졌다. 하지만 농구계의 분석에 따르면 기껏해야 1~2년 정도의 의견 차이다. 별로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KGC가 장고를 거듭하다 기존 구단의 입장만 고수할 경우, 오히려 큰 손실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오리온을 인수한 데이원 자산운용 측이 초대 감독으로 김 감독을 원하고 있다는 게 농구계에 퍼진 소문이다. 신빙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KGC가 김 감독을 놓친다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 된다. 농구는 감독의 역할이 큰 스포츠다. 기존 선수들이 유지된다고 해도 감독의 리더십과 전술 운용이 바뀐다면 같은 경기력을 기대할 수 없다. 김 감독은 오랜 기간 KGC를 맡아 선수 육성과 특유의 강력한 수비 전술 등을 만들고 이를 뿌리내렸다. 또한 끊임없이 새로운 트렌드를 읽고, 상대팀에 맞는 전술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결국 김 감독이 떠난다면, KGC는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승 포텐셜'도 함께 잃을 수 있다. 과연 KGC가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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