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의 순간, 넣어야 사는 페널티킥.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내로라하는 월드클래스 골잡이들도 PK, 승부차기 앞에선 수시로 희비가 엇갈린다. 2016년 코파아메리카 칠레와의 결승전, 2018년 러시아월드컵 당시 메시의 아이슬란드전 실축은 전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성공하면 기본, 실축하면 역적이 되는 부담감을 이겨내는 건 단순히 축구실력의 몫만은 아니다.
토트넘은 15일(한국시각) 리그 37라운드에서 강등권 직하의 번리를 만났다. 톱4 진입을 위해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한 상황, 후반 추가시간 상대 핸드볼 파울로 천금같은 PK 기회를 얻어냈다.
모하메드 살라(22골)와 단 한골차, 치열한 득점왕 경쟁중인 손흥민은 욕심 내지 않았다. 개인의 기록보다 팀 승리가 중요하다던 팀 플레이어의 말은 진심이었다. 관중석으로 흘러간 볼을 가져와 직접 해리 케인에게 건넸다.
케인의 슈팅은 환상적이었다. 골대 왼쪽 구석으로 낮고 빠르게 깔아찬 슈팅은 골키퍼가 손도 댈 수 없는 완벽한 직선으로 골망에 빨려들었다. 케인은 절친 손흥민의 무한믿음에 보란듯이 화답했고, 이 소중한 한 골에 힘입어 토트넘은 번리에 1대0 승리를 거뒀다. 리그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토트넘은 승점 68점을 적립했다. 1경기 덜 치른 아스널(승점 66)을 승점 2점 차로 밀어내고 톱4에 재진입했다. 뉴캐슬전을 앞둔 아스널을 심리적으로 강하게 몰아붙일 만한 결과다.
영국 축구 통계사이트 옵타에 따르면 케인은 2018년 2월 리버풀전에서 골키퍼 카리우스에게 막힌 이후 4년 넘는 기간동안 23번의 페널티킥을 단 한번도 실축하지 않았다. 부단한 훈련과 노력으로 스스로를 단련하며,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승부사, 사자의 강심장을 지닌 케인을 향해 옵타는 'Mastered(장인)'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