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롯데 자이언츠 20대 유망주들이 만든 승리. 그 중심에 '1할 타자' 고승민(23)이 있었다.
22일 잠실 두산베어스전, 2-4로 뒤진 9회초. 이호연(27)이 안타로 출루하고, 황성빈(23)이 볼넷을 골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마지막까지 신중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마무리 김강률을 투입했다. 고승민은 볼카운트 3-1에서 몸쪽 높은 곳에 꽂히는 147㎞ 스트라이크를 통타, 잠실 오른쪽 담장 너머로 날려보냈다.
데뷔 이래 1군 첫 홈런이 9회 2사 역전 3점포. 선행주자이자 룸메이트인 배성근은 고승민을 뜨겁게 안아주며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시즌 전만 해도 뜨거운 기대를 받았다. 손아섭(NC 다이노스)이 빠진 우익수 자리를 메울 1순위 후보였다. 타고난 손목 힘과 타격 재능부터 강한 어깨까지 갖춘 2차 1라운드 출신 톱유망주. 남은 건 1군 경험 뿐이었다.
1군 적응은 험난했다. 시범경기 때 보여줬던 날카로운 컨택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고, 수비에서도 뜻밖의 실수를 연발했다. 결국 타율 1할6푼7리의 초라한 기록만 남긴채 2군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고승민에게 2군은 이미 좁았다. 단 6경기 동안 22타수 12안타(홈런 1, 2루타 4) 9타점 OPS 1.447로 퓨처스를 초토화한 뒤 곧바로 다시 1군에 복귀했다. 되찾은 타격감을 타구 질로 보여줬고, 기어코 기적을 만들어냈다.
딱 하는 순간 담장을 살짝 넘기는 무서운 타구속도가 돋보였다. 고승민은 9회말에도 2사 1,3루에서 두산 허경민의 우중간 깊숙한 뜬공을 직접 잡아내며 롯데의 위닝시리즈를 완성시켰다.
고승민은 "힘 빼고 욕심 버리고 가볍게 쳤더니 넘어갔다. 직구만 노렸다. 요즘 좋은 타구를 많이 치긴 했는데, 넘어갈 줄은 몰랐다. 우익수 키만 넘어가길 바라면서 뛰었다"고 말했다. 나경민 1루 코치의 하이파이브를 보고서야 홈런인줄 알았다고.
데뷔 이후 1군 무대 첫 홈런이다. 모두의 환호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도는 그 기분. 고승민은 "소름돋았다. 야구하면서 홈런 못 칠줄 알았는데"라며 남다른 속내를 전했다.
영광의 순간, 고승민이 떠올린 것은 부모님의 얼굴이었다. 고승민은 2018년말 1억 5000만원의 계약금에 입단했다. 현재 연봉은 3800만원이다.
"야구 못하는 아들에게 용돈도 보내주시고, 잘하라고 항상 응원해주신다. 대전처럼 집과 가까운 곳에서 경기할 때는 항상 와서 보신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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