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정해영은 오늘까지 쉰다. 3연투한 전상현, 이준영도 오늘 던지지 않는다. 다른 투수들이 잘해주길 바란다."
24일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잠실 구장.
경기 시작전 만난 김종국 KIA 감독은 주요 필승조의 휴식을 선언했다. 이번주 롯데 자이언츠와의 3연전이 모두 역전, 재역전을 거듭하는 혈투로 치러짐에 따라 불펜의 소모가 격심했기 때문.
그렇다면 마무리를 맡을 사람은 필승조 중 유일하게 남은 장현식 뿐이었다. 그리고 장현식은 감독의 신뢰에 멋진 세이브로 보답했다.
이날 KIA는 두산에 4대3, 1점차 신승을 거두고 2연승을 달렸다. 이번주 3승 1패의 상승세다.
경기 후 만난 장현식은 "감독님께서 '네가 뒤에 준비해라' 말씀하셨다. 우리 선수들을 믿었고, 준비한대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상세하게 뜯어보면 식은땀이 흐르는 경기였다. 8회 먼저 등판한 박준표가 2사 후 볼넷을 허용하자 장현식이 등판했다.
하지만 안재석에게 내야안타, 김재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마지막 순간 안권수를 2루 땅볼로 잡아내며 간신히 한숨을 돌렸다. 3명의 타자를 상대하는데 무려 18개의 공을 던졌다.
평소와는 달리 뒤에 정해영이 없었다. 불펜에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 고영창이 준비하고 있었지만, 장현식이 실점하지 않는 한 등판하지 않을 선수였다.
9회에도 9개의 공을 던졌다. 페르난데스를 잡고 2사를 만들며 안도의 한숨도 잠시. 김재환에게 2루타를 얻어맞았다. 양석환을 자동 고의4구로 거르고, 강승호를 3루 파울플라이로 유도했다. 류지혁이 뒤로 넘어지면서 가까스로 공을 건져올렸을 때 비로소 기쁨을 표할 수 있었다.
경기 후 만난 장현식은 "내야안타 맞고 나선 큰 타구는 주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안타를 조심하려다보니 더 결과가 안 좋았다. 만루에선 그냥 '치게 던지자'라는 마음으로 던진게 아웃이 됐다"고 했다.
이어 "더그아웃에서 야수들한테 혼났다. '우리 못 믿냐? 믿고 던지라고' 하더라"면서 "(박)동원이 형의 한마디가 큰 도움이 됐다. '너 공 좋은데 왜 도망다니냐?' 그 말이 결정적이었다. 이 얘기 꼭 써달라"고 강조했다.
또 "어차피 1점 싸움이라고 봤다. 동점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있게 던지자는 생각으로 편하게 했다. 거꾸로 생각하니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속내도 전했다.
"다들 오늘 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내일부터 잘할 거라 믿고, 난 푹 쉬겠다. 좋은 투수들이 많고, 타선도 잘치고 있어서 믿고 던진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