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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김선빈처럼…모두가 바라는 소크라테스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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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맞는 순간 '악!' 소리가 나는 끔찍한 부상이었다. 고의는 없었지만, 돌이킬 수 없어진 사고. 이제 바라는 것은 최대한 빨리 부상에서 회복하는 것 뿐이다.

지난 2일 인천 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4회초 KIA 공격 도중 KIA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SSG 선발 투수 김광현이 던진 공에 얼굴을 맞았다. 그가 착용한 헬멧에 안면 보호대가 장착돼 있었지만, 145㎞ 직구는 애꿎게도 보호대 옆의 얼굴 부위를 강타하고 지나갔다. 소크라테스는 더이상 경기를 뛰지 못하고 병원으로 갔다. 그는 구급차를 타기 전, 괜찮다는듯 KIA팬들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보였지만 괜찮을리 없었다. 이날 인천 구장에는 만원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만원 관중조차도 순간 정적이 감돌만큼 무서운 장면이었다.

당사자만큼이나 안절부절 못했던 사람은 졸지에 가해자가 된 김광현이었다. 김광현은 "뭐라 설명할 수 없을만큼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와일드한 투구폼과 강속구가 주무기인 김광현이지만, 아마추어 시절까지 통틀어 타자의 얼굴 혹은 머리로 향한 사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광현은 팀 매니저를 통해 소크라테스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했고, 경기 도중 전화를 걸었다. 사과 전화를 받은 소크라테스는 "경기 중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다. 괜찮다. 꼭 회복해서 다시 너와 붙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김광현은 "그 이야기를 듣고 더 미안해졌다"고 했다.

상대팀 감독인 김원형 SSG 감독도 오래전 기억을 꺼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투구 직후 타자가 친 공에 얼굴을 맞았던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큰 부상이었다. 김원형 감독은 "정말 옛날 일이다"라고 손사레를 치면서도 "당시에 후유증이 1년은 가더라. 나도 모르게 투구폼이 작아졌었다. 공을 던지자마자 수비 방어 자세를 취하게 되는 거다. 의식을 한 셈이다. 특히 타자들이 잘 건드리는 바깥쪽 직구를 던질 때 가장 무서웠다"고 돌이켰다.

소크라테스는 3일 광주에서 2차 검진까지 받은 결과, 다행히 코뼈 골절 외에 추가 부상 부위가 확인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단 붓기가 빠져야 수술 계획이 잡힌다. 하필 팀이 연패 중인 상황에서 주축 타자의 부상. 김종국 KIA 감독은 "참 안타깝다. 생각지도 못한 부상이었다"며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사실 야구장은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이다. 투수들이 던지는 공의 구속이 140~150㎞을 넘나들고, 타자들이 쳐내는 타구 속도도 최고 170~180㎞에 달한다. 눈으로 쫓기도 힘든 속도로 '무기'가 총알처럼 그라운드를 날아다니는 셈이다. 야구를 처음 시작 할 때부터 방어에 대한 훈련을 철저히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이번 사례도 포함이다.

KIA는 과거에도 비슷한 부상이 있었다. 바로 2011년 김선빈이었다. 김선빈은 그해 7월 5일 군산 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유격수 수비 도중 코리 알드리지의 직선타에 얼굴을 맞아 코뼈와 상악골이 골절됐었다. 소크라테스와 흡사한 사례다. 당시 김선빈은 약 40일만인 8월 16일 1군 경기에 복귀해 곧바로 선발 출장했다. 완벽히 붓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빠른 회복세를 앞세워 타격과 수비까지 동시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김선빈은 복귀전에서부터 안타를 신고했고, 8월에만 3할2푼6리(43타수 14안타)의 타율을 기록했다.

소크라테스가 5월만큼의 파괴력은 아니었을지라도, 외국인 타자가 라인업에 있고 없고는 위압감 자체가 다르다. 특히나 외국인 타자 흉작인 올 시즌 KBO리그에서 그는 돋보이는 선수였다. 예상치 못한 부상에 이 모든 것이 허무해졌지만,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소크라테스가 돌아올 때까지 KIA가 상위권에서 버티는 것, 그리고 그 이후를 기약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