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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득점왕' 손흥민이 털어놓은 득점왕 비하인드, 월클 논란, 그리고 카타르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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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아버지의 '아직 월드클래스 아니다' 발언 동의해요. (월클이) 맞다면 논쟁 자체가 없었겠죠."

'EPL 득점왕' 손흥민(30·토트넘)은 겸손했다. 손흥민은 4일 서울 아디다스 홍대 브랜드센터에서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 코리아가 연 '손 커밍 데이(Son Coming Day)'에 참석했다. A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손흥민이 공식석상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100명 이상의 취재진이 몰리며 손흥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손흥민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 공인구 '알 릴라'를 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30여분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속내와 비하인드 이야기를 꺼냈다.

▶득점왕 뒷이야기

손흥민은 23골로 살라(리버풀)와 함께 2021~2022시즌 EPL 득점왕에 올랐다. 아시아인 최초 기록이다. 손흥민은 노리치시티와의 최종전에서 멀티골을 쏘아올리며 대업을 이뤄냈다. 그 뒤에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비롯한 토트넘 팀원들의 동료애가 있었다. "득점왕이라서 기쁘기도 했지만, 그 순간이 행복했다. 친구들이 어떻게 보면 남의 일인데 자기 일처럼 좋아하는 것을 보고 '그래도 외국에서 잘 지내고 있구나' 하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감독님이 개인 수상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분이고, 우리 목표는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진출이라고 계속 얘기했다. 전반을 2-0으로 마치고, 감독님이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실수하지 말고 경기를 끝내자. 그리고 '쏘니(손흥민의 애칭)'가 득점왕 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해주시더라. 전반 부진으로 멘탈이 나갔는데, 친구들이 계속 '득점왕 만들어줄게' 해주더라. 교체 투입된 루카스 모우라나 스티븐 베르흐바인도 '한골 더 넣게 해줄게' 하면서 들어오더라. 어떻게 보면 경쟁자인데, 그런 마음을 가지고 도와준 게 참 고마웠다. 그런 상황이 득점왕이 된 것보다 더 좋았다. 일주일 전부터 동료들이 '골든 부트 갖고 와야 해' 해줬다. 에릭 다이어의 경우는 한 달 전부터 이야기 했다. 처음에는 살라와의 격차가 있어서 그냥 넘겼는데, 점점 가까워 지니까 자기 일처럼 기대 하더라."

▶부전자전, 아직 월클 아니다

손흥민은 이제 EPL의 슈퍼스타다. 런던 지하철역에 트레이드마크인 '찰칵 세리머니'를 하는 벽화까지 생길 정도다. 비하인드 얘기가 있었다. "자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보내줘서 봤다. 이게 맞는건가, 한국인가 영국인가 헷갈리더라. 영국에서 그렸다고 하더라. 퀄리티가 좋아서 놀랐다. 구단에서 연락이 왔는데 제가 이런 농담을 했었다. 그린 분이 웨스트햄 팬이더라. 그 아들이 토트넘을 좋아해서 그렸다고 하더라. 그래서 '웨스트햄 팬에게 사랑받는 건 골든 부트보다 어려운 것 아닌가'라고 농담했다. 사랑받고 있는 것을 느껴 좋았다."

그렇지만 아버지 손웅정씨는 냉정했다.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 아들은 여전히 월드클래스가 아니다"고 발언했다. 이는 전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부전자전이었다. 손흥민도 아버지 발언에 동의했다. "아버지의 의견이다. 나도 월클이라 생각하지 않기에 더 말할 게 없다. 나는 월클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진짜 월클은 이런 논쟁이 안 펼쳐진다. 논쟁이 펼쳐진다는 것은 아직 올라갈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 의견에 동의한다."

▶토트넘의 한국 방문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다음주 방한한다. 한국에서 프리시즌을 보낸다. 손흥민은 '기쁨 반, 걱정 반'으로 친구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너무 설렌다. 친구들이 (한국에서) 내가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라 착각하고 있다. 맛있는데, 좋은데 데려가라고 하는데 아는 곳이 없어 걱정이다. 메뉴도 안정해주고 알아서 준비하라고 하더라. 한두명이 아니라 50~60명이나 되니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으니 걱정이 된다. 계산은 한국에 왔으니 내가 하는게 맞는 것 같다. 감독님이 (밥값을) 쏘면 운동장에서 엄청 뛰게 할 것 같다.(웃음)"

토트넘의 손흥민을 보여주는만큼, 준비도 남다르다. 최근 한강변에서 런닝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토트넘의 손흥민을 보여줄 수 있는 것 자체가 특별하다. 지난 시즌에 많은 것을 이뤘지만, 이제는 다 없어졌다. 새로 시작해야 한다.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지만 운동은 빠지지 않고 하려고 한다. 한국에서 경기를 하는만큼, 한국팬들에게 우리 팀이 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시즌보다 더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

▶카타르월드컵

2010년 시리아전을 통해 A매치 첫 경기에 나선 손흥민은 지난 칠레전에서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에 가입했다. 명실상부 한국의 에이스로 성장한 손흥민의 시선은 11월 펼쳐지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향해 있다.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H조에 속한 손흥민은 롤모델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팀동료인 호드리구 벤탄쿠르(우루과이) 등과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호날두를 보기 위해 월드컵을 가는 것은 아니다. 토트넘 내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 친구들이 많다. 웃으면서 '너네 떨어질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팀 동료와 대표팀에서 만나는 기분은 늘 특별하다. 응원하지만 우리가 올라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서는 월드컵, 손흥민은 16강 이상의 성적을 노리고 있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에 대한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올해 지금까지 이룬 것이 많다. 월드컵도 나가고, UCL도 나가고, 골든 부트도 받았다. 그래도 이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월드컵에서 펼쳐졌으면 좋겠다. 주장을 하면서 어린 친구들에게 너무 힘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4년에 한번씩 오는 기회를 큰 부담감 때문에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즐겁게 임해야 가진 것 이상을 할 수 있다. 특별한 월드컵이 됐으면 좋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