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팽팽한 접전. 상대는 올 시즌 리그 최고의 셋업맨. 타이밍에 제대로 걸린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시원하게 넘어가는 홈런 타구가 됐다. 왼손 투수를 상대로 친 첫 홈런이었다.
SSG 랜더스 전의산은 올해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타자다. 물론 아마추어 시절부터 대형 유망주였고, 프로 입단 이후로도 팀의 차기 슬러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유망주는 1군 무대에서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그가 언제, 어떻게 1군에서 뛰게 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회가 왔고, 그 기회를 잡았다. 지난달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의 부진으로 데뷔 후 처음 1군에 콜업된 전의산은 기다렸다는듯이 맹타를 휘둘렀다. 단타는 물론이고 2루타, 홈런까지. 빠른 시간 내에 해치웠다. 활약은 몇 경기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그의 잠재력에 대한 확신을 만들어줬다. 결국 SSG는 크론을 보내고 새 외국인 타자로 외야수를 택했다. 사실상 전의산에게 주전 1루수를 맡기겠다고 선포를 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자신의 자리가 만들어지다니. 운이 좋은 신인이다. 전의산은 3할대 타율과 6할대 장타율을 유지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고민도 있었다. 바로 좌투수 상대 성적이다. 13일까지 전의산은 우투수를 상대로는 타율 4할3리(62타수 25안타)에 5홈런 18타점을 기록했지만, 좌투수를 상대로는 6푼7리(15타수 1안타)에 그쳤다. 홈런도 없고 타점도 1개 뿐이었다. 좌타자인 그가 좌투수가 던지는 변화구에 유독 약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은 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좌타자들이 우투수보다 좌투수 상대를 힘들어 하지만, 편차가 심할 수록 힘든 것은 타자 본인이다. 특히나 전의산처럼 프로 초년생일 경우, 상대 배터리가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헤매는 기간도 길어지게 된다. 거기서부터 슬럼프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전의산이 의미있는 홈런을 터뜨렸다. 바로 좌투수를 상대로 시즌 첫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14일 인천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4회말 우투수 정찬헌을 상대로 역전 투런 홈런을 쳤던 전의산은 3-1 상황이던 8회말 키움 김재웅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추가했다. 김재웅이 던진 130km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 낮은 쪽에 형성됐고, 직구 타이밍을 노리던 전의산의 스윙에 제대로 걸렸다. 타구에 힘이 실리면서 맞자마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좌투수를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치고나서야 전의산은 밝게 웃었다. 대놓고 말 할 수는 없었지만, 좌투수 상대 성적에 대해 스트레스가 극심했던듯 하다. 전의산은 "사실 앞 타석(좌완 이승호 상대)에서 삼진을 당해서 의기소침해졌었다. 더그아웃에 들어왔는데 감독님이랑 코치님들이 자신있게 하라고 해서 다음 타석에서 자신있게 들어갔다. 잘 맞아서 넘어갈 것 같았다"면서 "사실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경험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선배님들이나 코치님들이나 편하게 하라고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돌아봤다.
프로에 와서 "매일 매일이 새롭고 재밌다"는 전의산이지만 "좌투수 상대 성적 때문에 흔들릴 뻔 했다"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사실 1군에 이렇게 오래 있게 될 줄은 몰랐다.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다보면 결과가 좋을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부족한 점들이 너무 많아서 다 보완하고 싶은 생각 뿐"이라고 했다. 아직 독보적 신인왕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전의산 역시 '다크호스'다. 그러나 그는 "정말 신인왕은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지금도 의식 안하고 앞으로도 의식 안할 거다. 시즌 끝날 때까지 생각 안하고 제 임무만 열심히 하다보면 결과는 따라온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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