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김성규(36)가 '한산'에 쏟은 마음과 정신은 진정성 그 자체였다.
전쟁 액션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 김한민 감독, 빅스톤픽쳐스 제작)에서 항왜 군사가 된 왜군 병사 준사 역을 연기한 김성규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한산'에 출연한 과정부터 작품에 쏟은 열정과 애정을 고백했다.
'한산'은 2014년 7월 30일 개봉해 1761만명이라는 국내 역대 박스오피스 스코어 사상 초유의 대기록을 수립한 '명량'(김한민 감독)의 후속작이자 프리퀄로 무려 8년 만에 극장가에 등판했다. 김한민 감독이 기획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인 '한산'은 명량해전이 발발하기 5년 전, 당항포 해전 이후 약 한 달간 한산해전이 일어난 후일까지를 그린 작품.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수많은 전투 중 최초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한산해전을 장엄하고 압도적인 규모로 스크린에 펼쳐 관객에게 극강의 카타르시스를 전할 기대작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 '한산'은 믿고 보는 배우들이 대거 가세, 탄탄한 스토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명품 열연으로 눈길을 끈다. 특히 이순신 역의 박해일, 와키자카 역의 박해일 외에도 강렬한 신 스틸러로 존재감을 드러낸 충무로 명품 배우 김성규의 활약도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이순신의 신념을 보고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자 항왜 군사가 된 왜군 병사 준사로 변신한 김성규. 정체를 숨긴 채 목숨을 걸고 왜군의 결정적인 정보와 작전을 빼내 이순신 장군에게 전하는 캐릭터로 '한산' 속 키 플레이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앞서 '범죄도시'(17, 강윤성 감독) '악인전'(19, 이원태 감독) 등을 통해 악랄한 빌런으로 관객의 눈도장을 찍은 그가 이번 '한산'에서는 자신의 신념과 조선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우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김성규는 "사실 '한산'의 전작인 '명량'은 배우 일을 그만두려던 시점에서 친구와 같이 극장에서 본 기억이 있다. '명량'을 보고 사흘 뒤에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갈 일이 있었고 스스로 연기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다른 일을 선택하려던 시점에 본 작품이라 큰 기대 없이 본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그 당시 정말 좋게 본 기억이 있다. 배우로서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최민식 선배의 연기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았고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이 내가 관객이 아닌 배우로서 참여하게 됐다. 관객으로 보지 않고 배우로서 연기한 작품이기에 더 어렵게 다가왔던 것 같다. 실제로 시사회 때는 생각이 너무 많아 집중을 못 하며 영화를 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한산'은 개봉 이후 극장에 가서 많이 볼 거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한산'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인물을 어떻게 연기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는데 오히려 '명량'을 같이 봤던 친구가 더 의미를 갖고 있더라. 너무 낭만적인 친구인데 내게 '어떻게 이런 인연이 있느냐'며 기뻐하더라. 친구는 내게 '꿈을 포기하던 시절에 본 영화의 감독이 널 선택했다'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연 혹은 여러 가지 일들이 너무 신기한 것 같다. 타이밍이라는 게 묘하다"고 털어놨다.
항왜 군사를 맡은 무게감도 남달랐다. 김성규는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시나리오에서 서사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캐릭터라 부담이 있었다. 의와 불의의 대결이라는 게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면서도 포괄적이지 않나? 항왜 군사라는 선택이 있을 수 있는지 막연한 부담감이 생겼다. 그래서 김한민 감독과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도전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개인적으로 준사라는 인물을 통해 이순신 장군이 말하는 의와 불의라는 부분이 개인의 이익이 아닌 본인이 믿고 의미 있는 죽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파와 국뽕 우려 기점에 놓인 준사 캐릭터에 "준사는 관객의 시선이라는 생각을 했다. 실존 인물이고 실제 있는 역사를 다룬 영화이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영화 속 준사는 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부분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캐릭터 자체에 대한 신파와 국뽕 지점을 우려하자면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연기할 때는 국뽕, 신파라는 생각을 최대한 안 하려고 했고 해전부터 육지전까지 영화적으로 잘 쌓아가서 전체적으로 준사라는 캐릭터를 보여주면 그런 우려도 극복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자신했다.
언어에 대한 고민도 컸다는 김성규. 그는 "일본인이지만 조선말을 해야 했다. 이순신 장군과 대화하는 장면도 많았고 외형적으로 어눌하거나 우습게 보이지 않아야 했다. 한국어를 어눌하게 하는 것도 있어야 했지만 반대로 조금 더 한국말을 잘하는 설정으로 만든 부분도 있다. 촬영하면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현장에서 영향을 받아 가면서 톤을 잡아가는 부분이 많았다. 사실 걱정이 많았다. 자칫하면 외형적인 걱정도 많았고 한국 배우가 일본인 역을 하는 것이 '관객들이 보기에 거슬리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많았다. 지금도 사실 '괜찮네'라고 보기보다는 관객이 어떻게 볼지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있다"고 고백했다.
일본식 변발로 파격 변신에 나선 부분에 대해서는 "의상 피팅 당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가발을 썼다. 의상을 입었는데 굉장히 놀랐다. 영화 장면에서 그 모습을 하고 있으면 안 이상했을 텐데 피팅은 제작사 사무실에서 진행돼 어색했던 것 같다. 다른 배우들은 다 멋지게 하고 있는데 나 혼자 변발에 허름한 차림을 하고 있으니까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머리를 풀어보기도 하고 했지만 그때부터 고민이 더 됐다. 영화적으로는 설득력이 있겠지만 내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연기를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이 외형으로 자칫 어눌한 행동을 한다면 안 될 것 같았다"고 웃었다.
출세작인 '범죄도시'(17, 강윤성 감독)와 크루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한 김성규다. 그는 "최근 '범죄도시2'(이상용 감독) 1000만 돌파 이후 개인적으로 '범죄도시' 팀과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도 계속 '범죄도시' 시리즈는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범죄도시2'를 정말 재미있게 봤다. 관객이 오랜만에 극장에 나와 즐긴 것 같다. 재미있고 잘 될 만한 영화이지만 관객의 호응이 있어 더욱 잘 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물론 양태가 다시 출연한다면 좋겠다. 나중에라도 출연 기회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큰 역할이 아니더라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산: 용의 출현'은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옥택연, 공명, 박지환, 조재윤 등이 출연했고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