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아직 네 경기가 남았다."
광주FC의 '새로운 명장' 이정효 감독(47)은 기쁨 잠깐, '정신줄' 재정비를 했다. 21일 안양FC-대전의 경기에서 안양이 0대1로 패하면서 2022시즌 조기 우승을 확정한 광주. K리그2에서 정규 4경기를 남겨 놓고 우승한 것은 신기록이다.
부임 첫 시즌 만에 놀라운 지도력을 발휘한 이 감독은 안양-대전전 직후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정작 우승을 하니 마음이 놓인다"면서도 "아직 4경기가 남았다. 남은 경기도 모두 이겨서 1부 승격을 자축하겠다"고 다시 전의를 다졌다.
2022시즌 내내 선두를 달리며 막강한 전력을 유지해 온 승부사 아니랄까봐, 역대 최다 승점(80점 이상), 최다 승리(25승 이상) 기록에 도전하겠단다. "나머지 순위 싸움 중인 팀들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기기 위해 뛰어야 한다. 이는 곧 상대팀에 대한 예의"라고도 했다.
이 감독에게 '시즌 내내 압도적 전력을 유지하며 조기 우승한 진짜 원동력'을 물었더니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주변에서는 코치 시절 승격을 2차례 일군 경험이 있는, 카리스마+친화력이 어우러진 '준비된 지도자' 이정효을 꼽고 있다. 하지만 이 감독은 '간헐적 야수'로 돌변하는 자신을 잘 따라 준 선수들 덕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이 감독은 부드러운 카리스마 이미지로 알려져왔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이 감독의 고백. "지난 동계훈련 때부터 계속 그래왔다. 훈련하는 2시간, 선수단 미팅 15∼20분 동안에는 선수들에게 상당히 무서운 지도자로 변한다. 대신 훈련-경기가 끝나면 감싸주려고 했는데 그 이미지가 부각된 것 같다"며 웃었다.
하루에 한두 번은 간헐적 야수로 변하는 감독 아래서 단련된 선수들은 이른바 '맷집'이 튼튼해졌는지 시즌 내내 딱히 슬럼프도 겪지 않으며 고공 행진을 벌여왔다.
몇몇 선수들 증언을 들어보니 훈련 중에는 좀 과장해서 귀에 피가 날 정도로 야단맞을 각오를 해야 한단다. 하지만 훈련시간 외에는 온화한 '형님'으로 대해주니 신뢰감이 쌓이는 데다, 잔소리에 비례해 성적이 좋아져 축구할 맛이 난다고.
이 감독에게 큰 위기였던 때도 있었다. 지난 6월 26일 경남전에서 1대4로 패했을 때다. 시즌 첫 연속 무승부에 이어 대패여서 충격이 컸다. 하지만 이 역시 다져진 '맷집'으로 극복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과 머리를 맞댔는데, 다양한 경험자들이 있더라. 2019년 우승을 경험한 선수를 비롯해 강등을 당해봤거나, 승강플레이오프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던 선수 등 모두가 '맷집'이 좋았다"면서 "나도 코치 시절 승격할 때 어떻게 헤쳐나갔는지를 떠올리며 소환한 경험을 보탰다"고 말했다.
경남전 이후 광주는 무패행진-연승을 거듭하며 지금까지 달려왔다. 이 감독은 "길 가다가 뭐에 걸려 넘어졌는데 아프다고 징징거리지 않고 벌떡 일어나 가는 것 같았다"며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끝으로 이 감독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이가 또 있다고 했다. 작년 말 자신을 '사고초려'끝에 영입해 준 최수영 경영지원부장이다. 당시 제주 코치이던 이 감독은 3차례에 걸친 감독 제의를 거절했는데, 제주와 부산까지 찾아와서 설득하는 정성에 '굴복'했단다.
이 감독은 "구단이 나를 믿고 지원해준 덕에 이런 결실을 거두게 됐다. 내년에 1부에서 당당히 경쟁하는 팀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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