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초 1사 3루. 타석에 선 이대호가 KIA챔피언스필드의 1루와 3루 관중석을 향해 고개 숙였다. 선수로서 광주에서의 마지막 타석임을 직감한 이대호의 작별인사였다.
1루쪽에 자리 잡은 롯데 응원단이 "오~롯데 이대호~오"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3루쪽에 가득 메운 KIA 팬들도 노란색 응원봉을 흔들며 이대호의 응원가를 따라 불렀다. 홈팀 관중이 원정팀 선수의 응원가를 따라 부르다니...더구나 자칫하면 5-3으로 앞선 리드가 한 점 차로 좁혀질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었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상대 팀 선수의 마지막 모습을 아름답게 빛내 준 KIA 팬의 '정'이 아름답고 멋졌다.
'마치 부산 사직구장인 것처럼' KIA 팬이 롯데 팬과 함께 불러준 응원가 속에 이대호가 1타점 안타를 쳤다. 롯데가 4-5로 추격하는 적시타였다. 대주자로 교체되는 이대호를 향해 KIA 1루수 류지혁이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였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이대호가 다시 한번 헬멧을 벗고 팬들을 향해 인사했고 KIA 팬들은 우렁찬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29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원정경기에서 이대호가 받은 광주 팬들의 작별 선물이다. 이제 이대호에게 다섯 번의 경기가 남았다.
은퇴를 선언한 선수가 이렇게 잘한 경우는 없었다. 올 시즌 이대호는 타격 전 부문에서 10위권 위에 올라가 있다. 타율 0.335(4위), 175안타(3위), 21홈런(공동8위), 95타점(6위), OPS(출루율+장타율) 0.876 7위다. 현재 KBO 리그에서 이대호보다 더 나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지명타자는 없다. 이대호의 골든글러브 수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은퇴 시즌 골든 글러브를 수상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이대호가 세우려 하고 있다.
'은퇴 번복'이라는 희망사항이 당연히 불거졌지만, 이대호의 은퇴 결심은 변함없었다. 이미 9개의 원정팀 구장을 돌며 은퇴 투어를 마친 상황이다. 우천으로 취소된 잔여경기 일정에 따라 '진짜 마지막' 은퇴 경기를 감사한 마음으로 치르고 있는 이대호다.
이대호의 남은 경기 장소는 30일 대전, 10월 2일과 3일 부산, 5일 창원, 8일 부산이다. LG 트윈스와의 홈경기가 마지막이다.
롯데는 8일 정규시즌 최종전 후 이대호의 은퇴식과 영구 결번식을 진행한다. 고 최동원의 11번 후 이대호의 10번이 구단 역사상 두 번째 영구결번으로 지정된다.
롯데는 은퇴식을 'RE:DAEHO'라고 이름 붙였다. 이대호의 선수생활을 돌아보고 은퇴 이후를 응원한다는 의미다. 이날 선수들 모두가 유니폼에 '10번 이대호'를 달고 경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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