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나지완! 나지완!"
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KIA 타이거즈가 KT 위즈에 8-1로 앞선 8회말 공격을 앞두고 1만5715명의 관중들은 나지완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날 은퇴식을 치르는 나지완이 마지막으로 타석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은 염원을 담았다.
타이거즈의 역사 속에 나지완이란 이름 석 자의 의미는 각별하다. 프로 2년차였던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드라마 같은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V11의 영광을 선사했다. 2017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도 승부에 쐐기를 박는 스리런포를 터뜨리는 등 '한국시리즈의 영웅' 역할을 했다. 프로 통산 15시즌 1472경기에서 1265안타, 221홈런, 862타점 등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특히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다 홈런 기록(종전 김성한 207개)의 역사를 쓰기도 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나지완의 올 시즌 기록은 1경기 출전이지만, 타석 소화 기록은 없었다. 개막전이었던 4월 3일 광주 LG 트윈스전에서 팀이 2-3으로 뒤지던 8회말 1사 1, 2루 역전 찬스에서 김민식의 대타로 기용됐다. 그러나 LG가 함덕주를 구원 등판시키려던 계획을 바꿔 정우영을 마운드에 올리자, KIA도 나지완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고종욱을 대타로 세운 바 있다. 이후 나지완의 모습은 1군에서 볼 수 없었다.
나지완은 "4월 개막 시리즈 이후 퓨처스(2군)에 내려가면서 너무 힘들었다. 항상 밝은 모습을 보였던 아내가 몇 시간 동안 펑펑 울면서 '이제 그만하자' 하더라"며 "가장으로서 가슴이 찢어지지만, 아들이 내 모습을 알아보는 시간이 다가오는 만큼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내에게 '딱 한 번만 더 해보자'라고 말했는데 그 마지노선은 전반기로 정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내 경쟁력이 떨어졌고, 기회가 더 이상 오지 않을 걸로 봤다. 내가 빠른 결정을 해주는 게 구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단장님을 찾아가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타이거즈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했던 나지완을 이대로 보내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KIA 김종국 감독은 "상황이 된다면 꼭 나지완을 대타로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나지완도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감독님께 말씀도 드렸다. 왠만하면 내보내주신다 했다. 배팅케이지에서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겠다"고 미소 지었다.
다행스럽게도 나지완은 해피엔딩으로 은퇴식을 장식할 수 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확정에 1승 만을 남겨두고 있던 KIA 타선은 꾸준히 득점을 뽑아내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사실상 마지막 공격으로 여겨진 8회말, 관중들의 함성에 김 감독은 선두 타자 황대인 대신 나지완을 대타로 세우며 화답했다. 관중석에선 큰 함성과 함께 나지완의 응원가인 록밴드 WB의 히트곡 '나는 나비'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힘차게 스트레칭을 하고 타석에 선 나지완의 결과는 3루수 파울플라이. 관중석에선 아쉬움의 탄식 대신 큰 박수가 터져 나왔고, 나지완은 헬멧을 벗어 관중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나지완은 9회초 마지막 수비까지 소화하면서 팀의 10점차 승리를 지켰다. 눈물과 아쉬움 속에 흘려 보낸 2022시즌, 현역 마지막 경기에서 나비는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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