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이승준 기자] "나도 모르게 팔이 올라갔다"
KT 위즈는 10일 수원 NC다이노스전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평상시 프로야구팀 감독들은 무표정으로 경기를 보고 크게 리액션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 KT 이강철 감독은 달랐다.
KT는 3-2로 앞선 8회말 2사 1루에서 황재균 타석 때 박병호를 대타로 꺼내들었다. 박병호가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쏘아올리자 이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팔을 살짝 올리며 기뻐했다.
잠실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앞서 만난 이 감독은 "사람이냐, 승리냐 고민을 했다. 타석이 상위 타선에 걸려 있었다. 1점 차고 그래서 한 명만 살아나가길 바랐는데 (장)성우가 살아나갔다"라며 "(박)병호를 어떻게 한 번 써서 마지막 홈경기에서 팬들 앞에 박수를 받게 해주고 싶었다. 점수를 못내더라도 9회초 상대 타순이 (김)재윤이가 충분히 막을 수 있어 보였다"라고 박병호를 대타로 꺼낸 이유가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마지막 홈경기인만큼 박병호를 홈 팬들 앞에 보여드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감독은 "(황)재균이한테 '미안하다' 그랬더니 '괜찮다'고 하더라. 그렇게 해서 (박병호를) 내보냈는데 홈런을 쳤다"라며 "나도 모르게 팔이 올라갔다. 만화 같았다. 시나리오를 쓰려고 해도 이렇게 못 쓴다"라고 당시 기뻤던 감정을 전했다.
이날 홈런은 지난 9월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심각한 발목 부상을 당한 박병호가 수술이 아닌 재활을 통해 돌아와서 만든 두 번째 홈런이었다. 첫번째 홈런은 지난 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기록했다. 그의 홈런은 KT 사령탑을 기쁘게 하는데 충분했다.
잠실=이승준 기자 lsj0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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