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화려한 성적도 과거일 뿐이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두산 베어스는 11일 "김태형 감독과의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8시즌 동행의 결말이었다. 2014년 10월 부임해 감독으로써의 시작을 두산에서 했던 김태형 감독이다. 그리고 무려 8번의 봄, 여름, 가을을 두산 감독으로 보낸 후 유니폼을 벗게 됐다.
두산 감독으로써 거둔 성과에는 이견이 없는 호평이 따른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그중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2번의 통합 우승. 사실 그사이 두산의 전력은 '플러스' 보다 '마이너스'가 더 많았다. 김현수 민병헌 양의지 오재일 최주환 이용찬 박건우 등 우승을 일궜던 멤버 중 상당수가 각자의 이유로 팀을 이적했다. 그때마다 대체 자원을 만들어내면서 일군 성적이었다.
하지만 8번째 시즌인 올해는 더이상의 덧붙이기로는 역부족이었다. 김재환을 잔류하는데 성공했지만, 원래 소속 선수였기 때문에 '플러스'라고 볼 수는 없었고, 오히려 박건우의 이적으로 출혈이 생겼다.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계산부터 틀어졌고, 후반기에는 투타 엇박자에 5강 싸움 불씨까지 날리며 9위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이끌었던 감독은 마지막 해 9위로 마쳤다.
사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태형 감독과 두산의 결별은 일찍부터 관계자들 사이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돌았다. 8년간 팀을 이끌었던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 더군다나 팀은 지난 8년 이내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었고, 누가 봐도 '리빌딩'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여기에 김태형 감독과의 동행이 길어지면서 생긴 서로의 상처들이 곪아 터질 시기가 됐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감독 재계약을 위한 최고의 무기는 단연 팀 성적이다. 감독이 어떤 평가를 받아도, 팀 성적이 좋다면 재계약을 하지 않을 명분이 희미해진다. 그러나 두산과 김태형 감독의 동행은 이런 환경적 요소까지 더해지면서 끝내 마침표를 찍었다.
마무리가 아쉽지 않을 수 없다. 팬들 사이에서도 결별을 아쉬워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태형 감독이 두산에서 감독으로 거둔 승리가 정규 시즌 기준으로 645승이다. 현역 감독들 중에는 압도적으로 높은 경력이고, 역대로 놓고 봐도 김응용(1554승)-김성근(1388승)-김인식(978승)-김재박(936승)-강병철(914승)-김경문(896승)-김영덕(707승)-류중일(691승)에 이은 역대 9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그러나 이런 성적도 결국은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결별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김태형 감독은 시즌 종료 후 구단의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인사를 나눌 시간은 없었다. 두산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 전성기를 이끌어준 김태형 감독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팀의 장기적인 방향성 등을 고려하여 이같은 결정을 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태형 감독은 당분간 밀린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아직 차기 행선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 두산은 그사이 새 감독 선임 작업 막바지에 들어갔다. 645승 감독에게도 결별은 한 순간이다. 예우는 사치다. 프로의 세계가 차갑고도 냉정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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