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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복귀' 한국가스공사 정효근 "소변수발 해주신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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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소변까지 받아주신 부모님을 위해…."

대구 한국가스공사 정효근(29)은 이번 2022~2023시즌, 전에 없는 마음가짐으로 뛴다고 했다. 이른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지난 1년여의 부상 터널을 지나는 과정에서 깨달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2021∼2022시즌 '비운의 사나이'였다. 2021년 8월, 왼무릎 인대 파열로 수술받고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그랬던 그가 화려하게 돌아왔다. 19일 열린 원주 DB와의 1라운드 2차전에서 17득점(3점슛 3개)-6리바운드-8어시스트의 '트리플더블급' 활약으로 시즌 첫승(98대78)을 안겼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정효근은 코트 밖에서도 한층 성숙된 자세를 보였다. 대승의 기쁨을 만끽하기 앞서 전주 KCC와의 1차전 패배에 대해 "내가 잘 못해서 그랬다"며 '내탓이오'를 외쳤다.

16일 KCC와의 홈개막전은 주말인데다, '인기남' 허 웅(KCC)이 있었기에 만원 관중이었다. 그러다 19일 경기 관중석은 상대적으로 썰렁했다. 이에 정효근은 "우리의 잘못이다. 팬들이 더 찾아오도록 노력하겠다"며 또 '반성 모드'였다.

자신이 빛나기 보다 후배와 팀 동료들을 밀어주는 재미도 붙인 모양이다. 이날 환상적인 호흡을 보인 최장신 용병 유슈 은도예(2m11)를 극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정효근은 "한 마디로 은도예를 평가하자면 '세네갈 국가대표 주장'이다. 주장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속공이나 트랜지션 플레이에서 은도예에게 어시스트를 하는 재미도 쏠쏠하단다. "은도예에게 '그냥 내 눈만 보고 뛰어'라고 말했다. 패스를 착착 찔러줬더니 무척 기뻐하더라"라며 은도예를 빛나게 해주는 비결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프로 2년차로 일취월장하고 있는 후배 신승민에게도 "외곽슛 던질 자리만 잡고 있으면 알아서 패스를 주겠다"며 기를 북돋워주고 있다고 한다.

정효근이 이처럼 '이타적인 플레이'에 재미를 들인 것은 부상을 겪으면서 얻은 가르침이 컸기 때문이다. 정효근은 처음 수술 받았을 때를 떠올리며 "'인생을 잘못 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코트 안에서는 최고라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다쳐서 코트 밖 세상으로 나갔을 땐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실의에 빠진 정효근을 이끌어 준 이가 이모부와 퍼스널 트레이닝 권위자 강성우 박사였다. 정효근은 "재활센터와 우리 집이 멀어 이모부와 함께 살면서 재활을 다녔다. 이모부가 친자식처럼 보살펴 주시는 데다, 강 박사께서도 혼신의 정성을 쏟아 성공적인 재활로 인도해주셨다"며 그들의 정성 덕에 마음의 상처도 치유됐다고 했다.

무엇보다 정효근을 감동케 한 이는 부모였다. "수술 초기에는 한동안 가만히 누워서 꼼짝할 수가 없다. 소변도 혼자 해결하기 힘들 정도였는데 부모님이 아무 거리낌없이 소변을 다 받아주셨다. 죄송스러우면서도 너무 감사했다. 나도 나중에 부모가 될텐데, '부모'라는 말의 무게를 새삼 느꼈다." 다시 떠올려도 가슴 뭉클한 듯 정효근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주변의 도움 덕에 성공적으로 복귀한 정효근은 다짐했다. "받은 은혜를 보답하면서 살자. 무엇을 하든 열심히 뛰자."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