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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가 혈허궐이란 사실을 알게 되자 이호는 심장이 내려앉았다. 혈허궐이 과거 어떤 비극을 안겼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 분개한 이호는 세자를 담당한 의관을 옥에 가두고 중전 화령에게는 유폐를 명했다. 세자가 위독한 상황에서 유폐는 너무도 가혹했으나 이호는 단호했다. 살아있는지, 의식은 돌아왔는지 그 무엇도 알려주지 않으려는 이호를 향한 야속함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답답한 마음이 한데 엉켜 화령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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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령의 짐작대로 궐 안은 세자의 폐위를 청하는 문무백관들과 이를 윤허하지 않는 이호의 대치가 팽팽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지금이 세자의 폐위를 공론화할 적기로 본 영의정(김의성)이 은밀하게 폐세자 논의의 물꼬를 트고 대신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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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커지는 문무백관들의 성토는 화령에 의해 일순간 멈췄다. 화령은 대신들을 한 명 한 명 지목해 세자가 폐위당해야 하는 이유를 날카롭게 물었다. 그러고는 명분은 종묘와 사직, 민생의 책임을 운운하면서 임금을 압박해 잇속을 챙기려는 간교한 속내를 들춰 신랄하게 비판했다. 어느 누구도 화령의 기백을 막아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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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령과 이호가 뜻을 합쳐 비바람을 막아낸 그 시각, 세자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풀썩 주저앉아 오열하는 화령과 넋을 잃은 이호의 모습에서 참담한 고통이 전해졌다. 망자가 된 자식을 품고 "아가 약속하겠다. 걱정되어 헤매지 말고 편히 가거라"라며 무너지지 않겠다고 맹세한 화령의 작별 인사가 시청자들의 눈물샘도 터트렸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