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2006년 프로 데뷔 이래 놀라울만큼 접점이 없는 팀. 김상수(34)의 롯데 자이언츠행이 독특한 이유다.
원래 연고지는 서울이고, 1~4년차는 삼성 라이온즈에서 보냈다. 이후 넥센-키움 히어로즈에서 홀드왕(2019년·40홀드)을 차지하는 등 전성기를 보낸 뒤 최근 2년간은 SSG에서 뛰었다. 하지만 17년 프로 인생에 롯데와 얽힌 인연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타 팀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롯데를 택했다. 삼성 시절 후배들을 잘 챙기는 배영수 투수코치와의 친분이 있었다. '네가 필요하다'는 성민규 단장의 설득도 절절했다. 무엇보다 롯데라는 인기팀, 사직 노래방이라는 환경이 궁금했다는 게 김상수의 솔직한 속내다.
"올해 8경기밖에 못 나갔다. 지금 롯데에는 베테랑이 필요하고, 그 자리에 내가 있어달라는 말이 좋았다. 요즘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다."
키움에서의 11년간 404경기에 등판, 482⅔이닝을 던지며 18승32패 95홀드38세이브를 기록했다. 특히 2016년 이후에는 불펜 에이스로 각성, 매년 60경기 안팎을 소화하며 불펜 에이스로 활약했다.
하지만 올해 SSG에서는 8경기에 그쳤다. 아직 은퇴를 논하기엔 이른 나이. 김상수는 "난 항상 실력 대비 운이 좋았다. 좋은 감독님들을 만난 덕분이다. 그 동안 너무 편하게 잘 뛰었고, 진짜 전쟁터에 처음 나와서 졌다고 생각한다. 야구가 얼마나 행복하고 한경기 한경기가 소중한지 새삼 느꼈다"고 돌아봤다.
공교롭게도 한국시리즈는 키움과 SSG가 격돌했다. 그는 "마음 편히 봤다. 적극적인 투자로 우승한 SSG도 멋지고, 예상을 다 뒤집고 올라온 키움도 뿌듯하게 봤다"는 속내를 전했다.
이제 4번째 유니폼을 입게 됐다. 김상수는 올겨울 몸만들기에 전념한 뒤 내년 캠프 때 합류할 예정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인기팀에서 뛰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롯데는 멤버가 좋은데 성적이 늘 아쉽다. 간절함이 커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부족했던 건 아닐까. 키움에서 주장을 하면서 소통과 리더십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매일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는 무감각해져야한다. 블론 한번 했다고 며칠을 곱씹으면 그게 계속 따라다니고 퍼지고 물든다. 힘든 선수를 서로 뒷받침해주고 돕는게 팀워크고, 그게 되는 팀이 강팀이다. 롯데 선수들이 '행복야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