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난 8일 SSG 랜더스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순간. '우승 포수'로 홈플레이트를 지키고 있던 이재원은 당시 마지막 투수였던 김광현과 얼싸안았다. 그리고 동료들과 짧은 세리머니로 우승의 기쁨을 그라운드에서 만끽한 후, 더그아웃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김원형 감독을 껴안았다. "감독님, 저 약속 지켰습니다!" 희열이 사라지지 않은듯, 감격에 젖어 우렁찬 목소리였다.
시간이 지나 이재원에게 '그 약속'이 무슨 내용이었냐고 물었다. 이재원은 "사실 감독님이 기억하고 계실지는 모르겠는데, 5월에 약속을 하나 드렸었다"고 이야기 했다. 그는 "올해 5월에 너무 힘들어서 2군에 내려간 적이 있다. 야구도 잘 안되고, 심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었다. 그때 엔트리에서 말소되고 나서 감독님께 문자메시지를 드렸다. '제가 부진하지만 다른건 몰라도 포수로써 우승 헹가래만큼은 약속 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항상 믿어주시는 감독님께 그 약속만큼은 꼭 지키고 싶었다. 특히 우승 확정의 순간에 '우승 포수'를 꼭 하고 싶었는데, 그게 이뤄지고 나니 그 약속이 생각이 나더라. 나도 모르게 감독님을 껴안고 그 얘기가 나왔다"며 웃었다.
이재원의 예상대로(?) 김원형 감독은 약속을 잊고 있었다. 하지만 내용을 이야기하니 이내 기억을 다시 살려냈다. 김 감독도 이재원에 대한 믿음과 안쓰러움이 공존하며 올 시즌을 끝까지 치뤘고, 함께 팀 우승이라는 목표 달성을 했기 때문에 충분히 고마워했다.
다만,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재원은 4년전 첫 FA 계약(4년 총액 69억원)을 맺었지만, 이후 부진을 거듭했다. 탈출구를 찾으려고 할 수록 쉽지 않았다. 개인 성적이 좋지 않아 비난도 많이 받았다. 4년의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운 이재원은 올해 두번째 FA 자격을 채웠으나, 스스로 권리를 포기했다. 이재원은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원형 감독은 그런 이재원을 두고 "재원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FA 선수들은 돈을 많이 받으니까 팬들의 관심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감독으로 팀에 돌아온 후)옆에서 지켜보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 뭘 하려고 하는데, 오히려 잘 안되고 그러다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이제는 너무 밖의 평가를 신경쓰지 말고, 자신의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잘 하려고 하면 더 안풀릴 수밖에 없다"고 격려했다.
우승이라는 최고의 피날레 후, 김원형 감독은 3년 재계약에 성공했고 이재원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이제는 다음 약속을 할 차례. 포수 이재원의 'AGAIN 2018'을 감독은 바라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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