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모든 생물은 태어나면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 점에서 생물은 모두 필멸(必滅)의 존재다.
죽음을 막을 순 없지만 오래 살 수는 있다. 가령 '올드 티코'라는 나무는 마지막으로 나이를 셌을 때 9천558세였다. 아직 평균 수명 95세를 넘지 못하는 인간에 비하면 적어도 100배 이상 오래 사는 셈이다.
도대체 이런 수명 격차는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미국 앨라배마대 생물학과 교수인 저자는 최근 번역돼 출간된 '동물들처럼'(윌북)에서 여러 동식물을 넘나들며 장수의 비결을 파헤친다.
저자에 따르면 생물의 수명을 결정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환경적 위험과 노화다.
환경적 위험은 포식자·기근·폭우·오염·사고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외부적 요인이다. 반면 노화는 내부적 요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체 기능과 방어 능력이 점진적으로 약화하고 그와 함께 우리 모두를 괴롭히는 질병에 점점 취약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대표적인 노화 관련 질병은 암이다. 암은 세포분열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하면서 일어나는 병이다. 나이 든 동물의 몸은 젊은 동물보다 더 여러 번 분열해서 만들어진 세포로 이뤄진다. 따라서 나이 든 동물의 세포에는 더 많은 돌연변이가 축적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동물이 나이를 들면 암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세포의 절대적인 수와 양도 암 발생에서 중요하다. 체구가 크면 분열 세포도 많아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보다 50배에서 100배 가까이 무거운 코끼리는 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 세포도 우리보다 50배에서 100배 많아 그만큼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질 텐데, 되려 더 적게 걸리는 것이다. 이는 TP53이라는 종양억제유전자 덕택이다.
500년을 사는 아크티카 조개는 알츠하이머병에 유난히 강하다. 알츠하이머병의 전형적 특징은 '단백질 잘못 접힘'(protein misfolding)인데, 이 조개는 '단백질 잘못 접힘'을 유도하는 인위적 시도를 여러 번 해보아도 그때마다 저항하고 이겨냈다. 저자는 아크티카가 지닌 단백질 보호 장치 속 우수한 분자를 활용하면 알츠하이머에 관한 치료법을 개발할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설명한다.
이 밖에도 저자는 비슷한 덩치의 포유류보다 조금만 먹어도 백 년 이상을 사는 땅거북, 평생 죽을 때까지 날아다니면서 젊음을 유지하는 갈매기의 삶의 방식 등을 통해 장수의 비밀을 전한다.
그는 "일부 종이 놀라울 정도로 오래 사는 이유를 파고들어 보면 암에 대한 저항성, 그리고 노화 전반에 대한 비슷한 저항성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김성훈 옮김. 396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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