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괴력난신(怪力亂神)은 기이하고 괴상한 일이나 현상, 귀신 이야기 등을 의미한다. 현실 사회의 질서를 중시하는 동아시아 유교 사회에서 이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괴력난신은 가장 위험한 개념 중 하나였다. 이성이 흔들리면 질서와 기강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기이한 이야기에 쉽게 매혹됐다. 4세기 중반, 진기(晉記)를 쓴 사관(史官) 간보도 그랬다.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역사를 기록해야 하는 사관의 자리에 있던 그조차도 괴력난신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었다. 도무지 읽는 걸 멈출 수 없었던 그는 장화처럼 세상에 버려지고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를 수집해 하나둘 기록해 나갔다. 그 결과물이 '수신기'(搜神記)다.
수신기는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야기들 사이에 연결지점은 없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특정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인물의 성격도 입체적이지 않고, 이야기의 중심이 귀신이나 동물, 심지어 사물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1천500년간 면면히 이어져 오며 다양한 예술 장르에 영향을 미쳤다. 풍부한 이야기의 힘 덕택이다.
책은 신, 인간, 귀신, 동물, 벌레들의 이야기로 들끓는다. 이야기의 소재만 봐도 요즘 나오는 공상과학(SF) 소설 못지않다. 등장인물은 날개옷을 입고 하늘을 날며 불에 타지 않는 옷을 입고 돌아다닌다. 천일 간 취할 수 있는 천일주를 마시고 시간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신간 '수신기 괴담의 문화사'(뿌리와이파리)는 간보의 원전을 중국문학 전문가 김지선 박사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책이다. 저자는 수신기 속 도사들의 도술을 일본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와 연결 짓고, 오래된 물건에 혼이 깃들어 발생하는 중국 이야기를 한국의 도깨비 이야기와 비교한다.
저자는 "황당한 이야기가 비록 헛된 상상에 그치더라도 그것은 인간의 삶을 더 윤택하고 풍부하게 만들고자 하였던 생각에서 나왔다"며 "이야기는 삶의 다양한 경험을 끌어안고, 인간에게 지혜를 부여한다"고 말한다.
이 책과 함께 '수호전, 별에서 온 영웅들의 이야기'도 함께 출간됐다. 김효민 고려대 중국학전공 교수가 등장인물만 900명이 넘는 수호전에 관해 해설했다.
뿌리와이파리. 200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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