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삼성 라이온즈 왕조를 이끌고 뒷받침하던 두 사람이 롯데 자이언츠에서 코치와 선수로 만났다.
차우찬은 지난달 롯데 유니폼을 입으면서 선배 배영수 투수코치와 재회했다.
삼성에서 11시즌 동안 활약하며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고, 팀의 주축 투수로서 역할을 해냈다. 그 결과 LG 트윈스 이적 당시의 몸값은 무려 4년 95억원.
현실은 장기간 어깨와 팔꿈치 부상에 시달려온 35세 좌완이다. LG와 2년 20억원의 두번째 FA 계약기간 내내 부상에 시달렸다. 최근 3년간 18경기 7승, 86⅓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특히 부상 복귀 후 도쿄올림픽을 다녀온 게 치명적이었다. 지난해에는 단 한경기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구속도 130㎞초중반까지 하락한 모습이었다.
LG에서 방출된 뒤 롯데의 손을 잡았다. 재기의 무대로 삼고자 함이다. 김유영이 FA 유강남의 보상선수로 LG의 지명을 받으면서, 롯데가 좌완 보강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인 결과. 선발 요원인 반즈와 김진욱, 신인 투수들을 제외하면 유일한 좌완투수다.
배 코치는 다시 만난 차우찬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그는 "오자마자 바로 통화했다"며 웃었다.
"(베테랑이니까)알아서 하라고 했다. (무리하게)보여주려고 하지말고, 스스로 100%가 준비됐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얘기하라고 했다."
호랑이마냥 선수들을 다잡다가도, 큰형님처럼 감싸안는 그다.
현실적인 기대치는 어린 투수들을 이끄는 경험많은 멘토, 그리고 부족한 좌완 불펜의 역할 정도다. 좌완이 없는 팀 사정상 있어서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리그를 호령하던 과거의 모습을 다시 보긴 어려울 전망. 롯데는 차우찬과 별개로 5월 제대하는 홍민기에게 좌완 불펜의 기대를 걸고 있다.
과거와는 달라진 이 같은 기대감은 오히려 차우찬에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롯데로 옮기면서 수십억 FA라는 부담감도 덜어냈다. 배영수 코치와의 재회가 차우찬에게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