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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신의 경지"라 한 감독 봉준호부터 소설가 박완서, 윤대녕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배우 김혜자가 반갑게 인사했다. 데뷔 60주년을 맞아 에세이를 발간한 김혜자는 "엄마 노릇도 아내 노릇도 정말 빵점이었다. 연기 아니면 난 아무것도 아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나를 정리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았다"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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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혜자는 "김정수 작가는 섬세하면서 결이 고운 사람이다. 그리고 김수현 작가는 내가 그분 작품을 17개 했다. 참 기가 막힌 사람이다. 앞으로도 김수현 작가 같은 사람은 안나올 거다. 사람의 폐부를 찌르는 것 같은 대사를 쓴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발전한 게 그 두사람이 겨루면서 드라마를 썼을 때일 것 같다"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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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는 "내 연극에도 찾아오면서 계속 '마더'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그 여자를 잊을 수가 없었다. 대단한 사람이다"라며 봉준호 감독에 대해 "순진하게 생겼다. 그런데 천재다. 연기할 때도 날 많이 가르쳐줬다. 그 사람은 신경질도 안난다. 큰 소리가 없다. 그런데 어떤 신을 촬영하는데 내가 안돼서 눈물이 글썽이니까 '우시는 거 말고요'라 하더라. 없어지고 싶더라"라 속상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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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는 "김혜자 선생님과 했던 작품은 좋은 기억이다. 대학시절 영화 동아리 사무실 바로 건너편이 김혜자 선생님 댁이었다. 가끔 김혜자 선생님 뒤를 몰래 따라가기도 했다"며 "'여'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섬짓한 광기를 표현한 작품이었는데 그게 인상적이어서 다크하고 강렬한 '마더'를 구상하게 됐다"라 밝혔다.
김혜자는 남편에 대해 "참 좋은 사람이다"라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어떡하나.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데'라 하더라. '축의' 같은 문구를 우리 남편은 한문을 잘 써서 '나 이거 많이 써줘요. 자기 없으면 어떡해'라는 말에 봉투를 한가득 써주고 갔다. 내가 얼마나 철딱서니가 없냐. 순대가 먹고 싶다고 하면 고급 음식점에서 순대를 사다줬다. 내가 먹고 싶은 순대는 시장 순대였는데. 그래서 투정을 부리면 밤에 나가서 그걸 사온다. 슬슬 나가니까 몰랐다. 그걸 잊지 못하겠다. 저는 '죽으면 천국은 못가도 문앞가지는 데려다 주세요'하고 빈다. 천국에 있는 남편에게 '미안해 자기 살았을 때 너무 잘못했지'라는 말을 해야 하니까. 내게 너무 좋은 남편이었다
김혜자는 "남편이 나보다 11살이 많아서 날 항상 어리게 봤다. 다시 만나면 내가 누나처럼 해줄 거다. 그런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라며 "남편을 보내는 날 관에서 꺼내서 그냥 흙에다 넣고 딱딱하게 밟는데 몸부림치면서 울었다. 밟지 말라고. 아플 것만 같았다. 바보 같지 뭐. 너무나도 좋은 분이었다"라 회상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이병헌과 모자지간으로 출연했다. 김혜자는 "처음으로 같이 호흡했는데 '괜히 이병헌이 아니구나'"라 칭찬했다.
어릴 때 유복했던 김혜자는 "아버지가 재무부 장관이었다. 우리나라 두 번째 경제학 박사다. 집이 굉장히 컸다. 우리 집이 공원인 줄 알고 사람들이 들어오고 그랬다. 거실이 200평, 대지가 900평이었다"라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주인공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다작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에는 "맞는 말이다. 지금은 작가들이 다 잘 쓰지만 전에는 주인공 말고 다른 배역은 주인공만큼 안쓴다. 그러면 주인공을 해야 되지 않냐. 그래서 주인공만 했다"라 털어놓았다.
김혜자는 고민이 있냐 묻자 "기억력이 없어지면 그만둬야 하는게 걱정이다. 80세가 넘으니까. 나는 앞으로 무슨 역이 주어질까 생각만 해도 설렌다. 그러니까 연기를 해야지. 생에 감사하다"라 했다.
shy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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