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살살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박치국(25·두산 베어스)에게는 이승엽 감독과 '즐거운 추억'이 하나 있다.
2017년 5월4일. 신인이었던 박치국은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뛰면서 '국민타자'로 활약했던 이승엽 감독이 타석에 들어서자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당시 이 감독은 현역 선수로 은퇴를 선언한 시즌이었다. 직전해였던 2016년에도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낼 정도로 파워를 과시했다.
신인 선수에게는 한없이 거대한 선배와의 승부. 박치국은 과감하게 직구 승부를 봤고,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후에도 한 차례 더 이 감독을 상대한 박치국은 또 한 번 삼진으로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6년 후 '적'었던 이승엽은 감독이 돼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박치국은 "이승엽 감독님이 우리팀에 오실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신기하다"고 이야기했다.
현역 시절 맞대결 결과는 박치국에게 훈장이 돼 남았다. 최고의 타자를 상대로 삼진을 잡아낸 만큼 박치국에게는 자신감이 채워질 수 있는 계기였다.
박치국은 "기회가 된다면 감독님께 그 때 볼이 어땠는지 여쭤보고 싶다. 감독님께서 선수 때 지나가면서 '살살해라'라고 한 마디씩 던져주셨다"라며 "지금도 영상으로 보곤한다. 당시에는 꼭 잡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는데 집중해서 그런 결과(삼진)이 나온 거 같다.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고 웃었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쓰라렸던 박치국의 삼진은 이제 가장 바라는 입장이 됐다.
박치국으로서는 올해는 '명예회복'의 시즌이 돼야 한다.
2018년부터 2년 간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하면서 필승조 역할을 해낸 박치국은 2020년 63경기에서 71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89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2021년부터 부상이 겹쳤고, 결국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복귀했지만, 몸 상태는 완벽하지 않았고 15경기에서 1승2패 3홀드 평균자책점 5.40에 그쳤다.
박치국은 현재 하프피칭까지 하면서 시즌 준비를 순조롭게 하고 있다. 그는 "작년에는 준비가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 안 된 거 같다. 작은 부상이 많았다. 조금 더 서두르지 않고 올라왔다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보며 "올해는 수술한지 1년도 넘었다. 충분히 재활도 많이 했고, 팔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준비 잘해서 시즌에 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부상으로 교훈도 얻었다. 그는 "재활은 끝났지만, 재활은 계속해야 한다. 수술하기 전에는 운동 외에 보강 운동을 잘 안했는데 '그 때 왜 안 했을까'라는 생각이 난다. 올해는 보강 운동도 많이 하고 개인 훈련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몸이 순조롭게 올라오면서 이 감독을 삼진으로 잡았던 모습을 다시 그릴 수 있는 시기. 그러나 박치국은 '타자의 삼진'보다는 자신의 몸 상태에 더욱 초점을 뒀다. 그는 "누굴 상대한다기 보다는 내 몸 상태와 컨디션에 더 집중을 하려고 한다. 그 다음에 타자를 상대하는데 신경 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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