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안경에이스가 예전 같지 않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고군분투하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
안경 너머 눈빛이 흔들린다. 제구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닝이터'임을 자랑거리로 여겨온 그가 5이닝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박세웅은 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4⅔이닝 동안 6피안타 6볼넷을 내주며 고전한 끝에 3실점 후 교체됐다.
올시즌 5경기째 선발등판이지만 아직 승리가 없었다. 5-3으로 앞선 상황, 롯데 벤치는 박세웅에게 5회까지 맡기고자 했다. 투구수가 111구에 달할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5회 2사 후 연속 볼넷을 내주자 더 기다리지 못했다. 승리투수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둔 채, 박세웅은 마운드를 내려와야했다.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 배영수 투수코치를 향해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박세웅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엄격한 배 코치의 얼굴에도 안쓰러운 감정이 스쳤다.
경북고 에이스 계보를 잇는 선후배 사이라서일까. 두 사람의 사제 관계는 한층 끈끈하다.
외인 선발 스트레일리의 등판 타이밍을 계속 미뤄지면서 박세웅은 2일 선발출격을 준비했다. 지난달 30일 사직에서 불펜 피칭을 소화한 이유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던 배영수 코치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박세웅을 불러세운 배 코치는 야구장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마음부터 다잡으라"고 강조했다.
"첫째는 리듬, 둘째는 마인드컨트롤이다. 쫓기지 말란 말이야. 실력 있으면 뭐하노, 구위 좋고 변화구 좋으면 뭐하는데? 마음이 단단하질 않은데!"
피맺힌듯 격하게 울려퍼지던 목소리가 차츰 간곡해졌다. 배 코치는 박세웅을 '질좋은 종이 1장'에 비유했다. 그는 "빠르다고 좋은 게 아니다. 내가 얘기하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라. 1장짜리 종이로는 안된다. 100장짜리 책을 만들어라"라며 후배를 다잡았다.
이렇게 몸과 마음을 다한 조언을 건네는 선배의 마음을 모를리 없다. 박세웅 스스로도 답답하다. 특히 배 코치에게 미안한 이유다.
박세웅은 당초 주2회 등판 예정이었지만, 전날 111구를 던짐에 따라 일요일에 정상적으로 등판할지는 미지수다.
롯데는 9연승을 질주중이지만, 이 기간 동안 6이닝 이상 던진 선발투수는 나균안(2회)이 유일하다. 이날도 김진욱 최준용 김상수 구승민 김원중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전부 출격했다.
지금 당장의 연승도 중요하지만, 올시즌 가을야구 이상의 호성적을 내려면 박세웅을 비롯한 선발투수들의 자신감 회복이 간절하다.
광주=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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