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이유없는 반전은 없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반전 질주가 무섭다. 지난 4월초(5라운드) 최하위로 처졌던 제주는 최근 4연승을 질주하며 5위까지 상승했다. 게다가 11라운드 포항전에서 2023시즌 홈 5경기 만에 첫 승(2대1)을 거둔데 이어 홈 연승을 달리면서 홈팬들을 더 행복하게 했다.
제주가 이처럼 본격적으로 '봄바람'을 타게 된 비결은 뭘까. 감독, 선수, 구단 각각의 의견을 들어봤다. 각자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공통점은 있었다. '믿음'과 '전화위복'이었다. 남기일 감독은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으면서 선수들간 믿음이 굳건해졌다"고 말했다. 제주는 시즌 초반 부상자가 속출하는 바람에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동계 전지훈련까지만 해도 선수들 컨디션이 너무 좋아 자신만만이었는데 개막 이후 부상 악재에 걸리자 선수단-구단 모두 멘붕에 빠진 것 같다"고 구단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자꾸 패하면서 서로 탓하기는 커녕 '부상자가 회복까지 어떻게든 버텨보자'고 서로 위로하며 전화위복으로 삼았단다. 그런 분위기를 유도한 이는 남 감독과 주장 구자철 등 고참 베테랑들이었다. 특히 남 감독은 종전까지 '까칠한' 이미지를 버리고 팬과 선수단에 먼저 다가서는 친화적 이미지로 변신하는 중이었다.
'믿음' 단어를 거듭 언급한 남 감독은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변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웃은 뒤 "이제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먼저 움직이려 하는 등 소통도 잘 된다"고 덧붙였다.
중고참 안현범은 "시즌 초반 중심을 잡아 줄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니까 어수선했다. 누군가 나서서 분위기를 잡아줘야 했다. 자철이 형을 비롯해 이창민이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흔들렸던 분위기를 다시 잡아줬다"면서 "지금은 (경기력이)좋을 때나, 나쁠 때나 남탓을 하지 않을 만큼 믿음으로 잘 뭉치고 있다"고 비결을 전했다. 안현범은 "팀원끼리 얼마나 친하냐면, 베테랑 형들이 이끄는 분위기 속에 선수들끼리 카페도 자주 가고 잘 어울린다. 사실 나는 그런 대열에 잘 끼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옆에서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고도 했다.
줄부상 고난의 시간을 '전화위복'으로 삼은 제주 선수단, 이와 관련해 구단측은 숨은 일화를 소개했다. 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분위기가 흉흉할 때 제주 클럽하우스에 말 못할 고충이 있었다. 클럽하우스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제주 산하 U-18 유소년팀 선수들은 형님들 눈치 보기 바빴다. 문체부장관배 전국고교축구대회(2월 말)에서 5년 만의 우승 쾌거를 달성했지만 프로팀 성적 때문에 우승 기쁨을 내색하기는 커녕 슬금슬금 피해다녔다.
어색한 날이 며칠 흘렀을까. 남 감독이 유스팀을 향해 깜짝 제안을 했다. "선수 6명을 빌려주면 안될까." 프로팀 필드플레이어 총 28명 가운데 14명이 부상으로 빠진 바람에 자체 연습경기도 하지 못할 상황이 되자 유스팀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선망의 대상'인 프로 선배들과 연합 훈련을 한 유스팀 선수들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라며 감동했다고 한다.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남 감독이 먼저 다가가자 클럽하우스 전체 분위기에 봄바람이 불었고, 다시 뭉치는 계기가 됐다.
구단 관계자는 "여기에 숨은 공신은 새로 부임한 구창용 대표다. 성적 부진에도 남 감독을 끝까지 믿고 기다렸다. 결국 그 믿음에 감독과 선수단이 화답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제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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