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악몽 같은 4월을 벗어던진 한동희가 비에 젖은 팀의 반등을 이끌 수 있을까.
타율 1할6푼9리. 홈런 2개를 때리긴 했지만, 볼넷(7개)보다 삼진(13개)이 2배 가까이 많았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518에 불과했다.
생애 첫 3할 타율, 2년 연속 OPS 0.8을 넘겼던 지난해의 기세는 온데간데 없었던 한동희의 4월이었다.
하지만 클래스가 있는 선수의 부진은 곧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악전고투 끝에 9연승을 내달릴 당시 롯데 팬들의 희망포인트 역시 이 부분이었다.
롯데는 지난주 보기드문 4일 연속 우천 취소라는 현실에 직면했다. 9연승 직후 1패를 하긴 했지만, 여러모로 상승세였던 롯데에겐 달콤한 휴식이자 아쉬운 시간이었다.
이후 롯데는 2승2패를 기록중이다. 여전히 매경기 접전의 연속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스트레일리-반즈 두 외국인 선발이 터닝포인트를 만든 반면, 나균안이 2경기 연속 부진했다는 점이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한달 내내 계속된 부진에도 한동희를 2군에 내리지 않았다. 대신 주로 클린업에 배치시키던 한동희의 타순은 7, 8번으로 내려 보다 마음 편하게 타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컨디션이 올라오자 다시 6, 7번으로 조정하는 등 핵심 타자의 컨디션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모습이다.
롯데의 팀 타율은 5월에도 2할3푼으로 전체 9위를 기록할 만큼 부진하다. 한동희가 살아나고, 윤동희와 노진혁이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안권수 전준우 안치홍 등은 부진하다. 연승 기간 내내 철벽 같은 안정감을 뽐냈던 불펜도 다소 흔들거리는 모양새다.
4월 대흥행을 이끈 나균안과 안권수가 부진과 부상으로 주춤한 지금, 한동희의 회복세는 롯데 전체에 긍정적인 흐름을 만들 중요한 기폭제다.
전날 끝내기 홈런의 아픔을 잊어야할 롯데다. 공교롭게도 13일 KT전 선발투수는 한현희다.
롯데엔 유독 이름이 비슷한 선수들이 많다. '쌍동희'가 타선을 이끄는 가운데, '한X희'가 투타의 중심으로 우뚝 선다면 5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