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주전의 무게감, 해를 거듭할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경쟁을 뚫고 잡은 기회지만,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의 부담은 만만치 않다.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프로의 숙명이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황대인(27)의 올해가 그렇다. 지난해 주전 1루수로 낙점 받고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커리어 하이 기록을 쏟아내면서 '차세대 거포' 타이틀에 걸맞은 행보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듯 했다.
그러나 '풀타임 주전 2년차'는 시련의 연속이다. 4월 한 달간 타율이 2할1푼9리(73타수 16안타)에 불과했다. 홈런 2개와 13타점을 만들어냈으나, 볼넷 6개를 골라내는 동안 삼진 20개를 당했다. 타격 부진은 수비 불안으로 이어졌다.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미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신감은 점점 떨어졌고, 부진이 계속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좋은 기세로 출발하다 자신감을 잃고 곧 벤치로 가던 예전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귀요미'로 불릴 정도로 더그아웃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던 그의 얼굴에서 최근 웃음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5월 보름 간 타율은 1할대(1할7푼6리)까지 떨어졌다.
KIA 김종국 감독은 황대인의 최근 행보를 두고 "본인도 알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작년엔 부족해 보였을지 몰라도 (주전 1루수와 중심 타자로) 플레이하며 경험을 쌓았다"며 "올해도 작년 정도의 활약은 해야 하는데 최근 자신감이 부쩍 떨어졌다"고 근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감만 회복한다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선수"라며 기대감까지 놓진 않았다.
16일 대구 삼성전. 황대인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자신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그런데 갑자기 기회가 찾아왔다. 선발 출전한 3루수 류지혁이 파울 타구에 맞고 교체되면서 1루수 변우혁이 3루로 이동하고, 황대인이 대신 투입됐다. 첫 타석에서 황대인은 삼성 선발 원태인의 직구를 걷어올려 좌중월 솔로포를 날렸다. 2-2 동점 상황에선 삼성 필승조를 상대로 역전 결승타를 만들면서 팀의 8대2 승리에 일조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황대인이 교체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추격하는 솔로홈런과 결승타점을 올려주면서 팀 공격을 잘 이끌어줬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부활하길 바란다"고 칭찬했다.
올 시즌 중심 타선 약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KIA, 이런 팀 타선에 힘을 보탤 능력을 갖춘 황대인의 활약상은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황대인은 지난해에도 5월 한 달간 3할대 타율을 선보이며 시즌 완주의 기틀을 다진 바 있다. 달구벌에서 쏘아 올린 멀티 히트가 길었던 부진에서 반등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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