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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볼볼'에 20G ERA 0 금자탑 무너졌다, 그 이후를 내다본 사령탑 "더 긴장하자"[부산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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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두 달여 간 쌓아온 공든 탑이 결국 무너졌다.

SSG 랜더스 마무리 투수 서진용이 드디어 실점했다.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롯데 자이언츠전. 6-2 리드 속에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서진용은 3타자 연속 볼넷에 이어 희생플라이로 실점했다. 앞선 20경기 20⅓이닝 동안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던 서진용의 평균자책점이 0에서 0.44로 바뀐 순간이었다.

8회까지 4-2로 앞서던 SSG는 9회초 2점을 더 보태 달아났다. 이럼에도 9회말 서진용이 마운드에 올랐다.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으나, 이미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던 상황. 지난 17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사흘 간 휴식을 취했던 터라 점검 차원에서라도 마운드에 오를 필요는 있었다.

그런데 이날 서진용의 모습은 예전과 달랐다. 바깥쪽 코스 공에 스트라이크 콜이 좀처럼 나오지 않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7번부터 시작하는 롯데 하위 타순. 패배를 직감한 롯데가 포수 유강남 대신 백업 정보근을 내보냈으나 결과는 볼넷, 이어진 타석에서도 서진용은 고승민 박승욱의 집요한 커트에서 위닝샷을 꽂아넣지 못하면서 잇달아 볼넷 출루를 허용했고, 결국 김민석의 좌익수 뜬공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실점하고 말았다. 서진용은 실점 후 안권수 안치홍을 차례로 땅볼로 잡고 경기를 마쳤다. 1이닝 무안타 3볼넷 1실점.

이날 경기 전 SSG 김원형 감독은 서진용의 20경기 무실점을 두고 "이렇게까지 안정적으로 던진다는 건 스스로 본인이 만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동안 거쳐 온 상황이 서진용의 자신감을 키운 것 같다"며 "지난 시즌을 마치고 몸 관리를 잘 했고, 캠프 때부터 좋은 모습을 보이며 실전에서 결과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이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높아지면서 이런 성과(평균자책점 0)도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지금의 서진용을 완전체라 보는걸까. 그는 고개를 저으며 "안주해선 안된다. 항상 (제 실력을) 보여주려 노력해야 한다. 자기 것을 찾았다고 생각했을 때, 더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깨질 수도 있는 0의 행진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확실하게 매조지 하지 못한 승부, 최강 마무리가 흔들린 것은 위닝시리즈를 달성한 SSG에겐 옥에 티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 감독은 수훈 선수 활약을 거론하면서 서진용의 이름을 빼놓지 않았다. "마지막에 힘들게 막았지만, 마무리 투수로서 여전히 본인의 힘을 보여줬다. 오늘 첫 실점으로 무자책 경기 기록이 깨졌지만, 지난 경기 동안 너무나 잘 해줬다. 앞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

정상에 다시 시선을 두고 있는 SSG, 디펜딩챔피언의 꿈이 이뤄지기 위해선 클로저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 번의 아쉬움으로 신뢰가 무너질 정도로 가볍지도 않다. 김 감독이 서진용을 향해 집중과 성장을 노래하면서도 응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