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포스테코글루 체제에서도 손흥민은 '언터처블'이다.
마침내 토트넘이 다음 시즌을 이끌 감독을 선임했다. 오현규의 스승이었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다.
토트넘은 6일(한국시각) 공식 채널을 통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새로운 1군 사령탑으로 임명하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계약기간은 4년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 지휘봉을 잡으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초의 호주 출신 감독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7월1일부터 공식 활동을 시작하며, 적절한 시기에 코치진을 확정할 예정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임은 시간 문제였다.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같은 날 개인 SNS를 통해 '토트넘이 포스테코글루를 새 감독으로 임명할 예정이다. 거래는 이미 완료됐다'라고 전했다. 전날 '토트넘이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구두합의를 마쳤다. 셀틱과 합의만이 남았다'고 전한 로마노는 곧이어 '셀틱과 토트넘이 보상까지 동의했다. 포스테코글루도 모든 조항을 수락했다. 이제 세부사항만을 남겨뒀다'고 확정 발표했다. 사실상 오피셜에 해당하는 특유의 'HERE WE GO'까지 붙였다. 영국 BBC도 속보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의 새로운 감독이 되기로 합의했다. 마지막 세부 요소들만 마무리되면 공식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전망은 2년 혹은 2+1년이라고 했지만, 의외로 4년으로 결론이 났다. 포스테코글루 체제로 새롭게 팀을 꾸리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느껴진다.
당초만 하더라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셀틱에 잔류할 분위기였다. 셀틱의 의지가 워낙 확고한데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토트넘행을 그리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토트넘 이적설'에 대해 "모든 사람이 내게 이에 대해 묻는다. 나는 우승에 집중하고 싶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자리가 매력적일 수 있지만, 내게는 그렇지 않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인버네스를 꺾고 스코티시컵 우승을 차지한 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리그, 리그컵에 이어 스코티시컵까지 도메스틱 트레블을 달성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스코틀랜드 무대에서 더이상 이룰 것은 없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새로운 도전을 원했고, 토트넘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 전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빠르게 협상이 마무리됐다. 결국 토트넘의 새로운 감독 찾기도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관심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보여줄 축구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021년부터 셀틱을 이끌었다. 과거 멜버른 빅토리, 호주 대표팀, 일본 J리그의 요코하마 마리노스 등을 거치며 유럽에 처음으로 입성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셀틱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일본 출신 선수들을 중용하는 파격 정책으로 부임 첫 시즌 스코티시 프리미어십과 리그컵을 우승하며 더블을 달성했다. 레인저스에게 뺏긴 타이틀을 탈환하며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올 시즌 자신의 색채를 더욱 짙게 했다. 올 시즌에는 아예 트레블을 달성했다. 셀틱의 통산 8번째 트레블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리그에서 114골을 기록할 정도로, 화끈한 공격축구를 펼친다. 맨시티와 나폴리의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정도로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여기에 아시아 선수로 문호를 확대하는 등 선입견도 없다. 오현규 영입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선택했고, 다른 한국 선수들의 영입도 추진했다. 빅리그 경험이 없는 것이 약점이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능력만큼은, 토트넘 지휘봉을 잡기에 손색이 없다. 영국 언론에서는 '원석'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레전드' 크리스 서튼은 "토트넘 팬들이 재밌는 축구를 보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물론 토트넘 팬들 입장에서는 다소 이름값이 약한 감독임에는 분명하다. 검증된 명장을 원했던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 긍정 보다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다.
영국 언론은 일제히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예상 베스트11을 전망하고 있다. 손흥민은 여전히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4-3-3의 왼쪽 날개로 활약할 전망이다. 손흥민 입장에서는 공격축구를 선호하는데다, 아시아 선수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감독이 들어온만큼, 긍정적인 부분이 많을 전망이다. 손흥민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015년 호주 아시안컵 결승에서 격돌한 인연도 있다. 당시 호주가 2대1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는데 당시 감독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이었다. 손흥민은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다.
변수는 역시 해리 케인의 거취다. 그는 현재 레알 마드리드와 연결되고 있다. 케인이 잔류할 경우, 손-케 듀오가 변함없이 공격을 이끌 전망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체자가 필요하다. 대체자로는 포스테코글루의 애제자 후루하시 쿄고가 거론되고 있다. 후루하시는 올 시즌에도 27골로 스코티시 리그 득점왕을 거머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페르소나 같은 존재다. 이 경우, 손흥민-후루하시라는 한-일 에이스 조합이 탄생하게 된다. 팬들은 벌써부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후루하시의 득점 감각은 좋지만, 피지컬에서 문제가 있다.
수비진은 포백으로 전환된다.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축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미드필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제임스 메디슨의 영입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전과는 다른 구도임에는 분명하다. 골키퍼는 위고 요리스의 퇴단이 확정된만큼, 새 얼굴이 가세할 전망이다. 에릭 다이어, 히샬리송, 이반 페리시치 등은 빠진만큼, 변화의 폭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공격적인 스타일이 유지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포스테코글루 체제의 토트넘은 어떻게 변할지, 일단 기대 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가운데,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판단할 수 있을 듯 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