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내 공이 아닐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11일 서울 잠실구장. 두산이 1-0으로 앞선 4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KIA 류지혁은 두산 선발 투수 곽 빈과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2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가르는 타구를 만들었다.
두 수비수를 완벽하게 가른 궤적. 그러나 두산 2루수 이유찬은 발 빠르게 따라가 마지막 순간 몸을 날렸다. 공을 그림같이 이유찬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곽 빈은 박수를 치면서 환하게 웃었고, 조성환 두산 수비코치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유찬의 호수비 퍼레이드는 끝나지 않았다. 8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는 고종욱이 2루수 앞에 짧께 떨어지는 타구를 만들었다. 이유찬은 공을 따라가 달리면서 그대로 1루에 송구. 간발의 차로 고종욱을 아웃시키면서 이닝을 끝냈다.
이유찬이 KIA의 흐름을 요소요소에 끝어내면서 두산은 3대2로 승리. 2연패에서 탈출했다.
이유찬의 호수비. 조 코치의 조언이 한몫했다. 조 코치는 현역시절 국가대표까지 뛴 2루수 출신. 이유찬은 "(류지혁 타구 때) 처음 뛰어가면서 '내 공이 아닐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동안 조성환 코치님께서 '소극적으로 플레이하지 말고 모든 공을 잡기 위해 뛰어라'고 강조하셨다. 일단 자신있게 전력으로 뛰고 아니면 빠지려고 생각했는데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이야기했다.
고종욱 타구 역시 과감했던 판단이 빛났다. 이유찬은 "2사였기 때문에 과감하게 러닝스로우 해보자고 빠르게 들어갔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날 이유찬은 타점도 기록했다. 4회말 1사 3루에서 유격수 앞 땅볼을 쳤다. 3루 주자가 스타트를 끊었지만, 아웃이 될 타이밍. 강승호가 절묘하게 몸을 틀면서 세이프가 됐다.
이유찬은 "치고 나서 아차 싶었다. 아웃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강)승호 형이 정말 멋진 슬라이딩으로 득점해줬다"라며 "승호 형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명품 수비로 팀을 구해냈지만, '인생 수비'라는 말에 이유찬은 '다음'을 이야기했다. 이유찬은 "오늘 두 차례 수비 중에서는 아무래도 앞 장면(류지혁 타구)이 더 마음에 든다"라면서 "'인생수비'라고는 표현하지 않겠다. 앞으로 이보다 더 좋은 수비를 많이 해야 하고, 또 하고 싶다. 수비와 타석 모두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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