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포커페이스'는 염경엽 감독의 상징이었다.
과거 넥센 히어로즈, SK 와이번스 감독 시절 염경엽 감독의 경기 중 표정은 늘 한가지였다. 팀이 역전 홈런을 쳐도, 끝내기 패배를 당해도, 이기는 날에도 지는 날에도 언제나 표정을 감추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쓰고 굳은 표정으로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경기장 밖에서는 잘 웃고 농담도 많이 했지만, 유독 경기 중에는 '돌부처'처럼 차가운 표정을 유지했다.
그랬던 감독이 달라졌다. LG 트윈스 사령탑으로 부임한 후 첫 시즌. 올해 염경엽 감독은 경기 중 벤치에서도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LG가 역전에 성공하면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고, 주위에 있는 코치진과 함께 기쁨을 표현하기도 한다. 중요한 찬스에서 홈런이 터지면 파안대소 한다. 홈런을 친 선수가 그라운드를 돌고 벤치에 돌아오면 누구보다 활짝 웃으면서 반기는 게 염 감독이다.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염경엽 감독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염 감독은 "지금은 제가 살려고, 사람답게 살려고 그런다"며 웃으며 이유를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내 감정을 전부 속으로 삭혔다. 좋은 것도 삭히고, 나쁜 것도 삭혔다. 그냥 포커페이스를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그게 나를 힘들게 하고 나를 죽이는 거였다. 그러면서 건강을 잃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을 절실히 깨우쳤기 때문에 저도 루틴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과거 SK 사령탑 시절 건강 문제로 지휘봉을 놓아야 했던 사건은 누구보다 염경엽 감독 자신에게 큰 충격을 남겼다.
지금은 퇴근을 하고 나면 야구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잠도 푹 자고 식사도 잘 챙긴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가 끝나면 다음날 해야할 것들을 다 해놓고 퇴근해서 그 후로는 야구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다. 스스로 만든 변화는 많은 것들을 바꿔놨다.
염경엽 감독은 LG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첫번째로 주문한다. "긍정적 마인드를 심는 게 올 시즌 우리 선수들의 첫번째 목표"라고 강조한 염 감독은 "우리 팀이 마지막에 미끄러지는 것은 불안함 때문이다. 어딘가 모르게 팀이 위축하고 압박감을 크게 느낀다. 이건 결국 부정적인 생각이다. 일단 이런 부분들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다. 지금까지는 확실히 좋아지는 모습들이 보인다"고 칭찬했다.
오랜 우승에 대한 갈증과 염원. LG는 자타공인 리그 최고의 전력을 갖춘 팀이고, 올해도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우승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에, 강팀이 된 지금도 엄습하는 불안함도 있다. LG의 마지막 우승은 1994년이다. 우승에 대한 갈증은 감독도 마찬가지다. '명장'이라는 칭송은 들었지만, '우승 감독' 타이틀은 얻지 못했던 염경엽 감독이다. 염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늘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해낼 수 있고, 해낼거다. 이제는 때가 됐다. 늘 긍정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LG가 이제는 달라졌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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