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광주 삼성전이 우천취소된 지난 11일.
KIA 김종국 감독은 후반기 불펜 구상을 설명하면서 마무리 정해영(22)을 언급했다.
"최지민 전상현 장현식 선수가 제몫을 잘해줬다"며 "정해영이 좋아지면 뒤로 갈 수 있게끔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작년, 재작년 처럼 정해영이 가장 뒤에서 해주는 것이 팀이 강해질 수 있는 길"이라며 "그래야 후반기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년 간 매 시즌 30세이브를 넘게 뒷문을 지켜온 젊은 클로저. 올해는 고민이 컸다.
3㎞ 이상 눈에 띄게 구속이 줄어든 탓이다. 마무리 투수에게 구속 저하는 치명적이다. 가뜩이나 정해영은 불 같은 강속구 보다 익스텐션과 회전 수 등으로 더 빠른 체감 속도를 타자에게 주는 투수. 구속 저하는 타자 눈에 걸리기 쉬웠다. 5월까지 근근히 버티던 그는 급기야 5월29일 말소됐다. 6월 내내 퓨처스리그에서 사라진 구속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손승락 (2군) 감독님과 서재응 코치님의 검증과 진단이 같으셨어요. 하체가 나가기 전에 상체가 먼저 나가버리니까 제 공을 못 던지고, 필로만 던지다 보니까 몸을 못쓰고 결국 스피드도 안 나오는 것 같다고 하셨죠. 일단 상체를 뒤에 두고, 하체 밸런스 정도만 하고 웨이트로 파워 운동을 한 것이 도움이 됐어요. 전보다는 공이 가는 게 달라진 건 느껴요."
12일 광주 삼성전에서 45일 만에 시즌 7세이브를 거둔 뒤 인터뷰에서의 언급.
가장 어려운 순간, 김종국 감독의 선택은 역시 정해영이었다. 3-2로 앞선 9회초, KIA는 장현식으로 끝내려 했다. 하지만 2사 만루가 되자 교체가 이뤄졌다.
타석에는 타격이 좋은 2루수 김동진. 빠른 공을 노리던 타자에게 정해영은 포크볼 2개 만에 2루수 땅볼을 유도하고 경기를 매조지 했다.
"몸을 풀어보라고 해서 풀다가 갑자기 올라가게 됐죠. 데뷔전 처럼 떨렸어요. 제 옆을 지나가길래 안타인줄 알았어요. 딱 거기에 선빈 선배님이 계시더라고요.(웃음)"
잃었던 스피드를 되찾으며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고 있는 청년 클로저.
시즌 초 방황이 시즌 목표 중 하나였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에 실패하는 원인이 됐다. 마음이 힘들지 않았을까.
"올해가 어떻게 보면 제 야구 인생 중 제일 중요한 해였는데 그게 좀 많이 신경 쓰였던 거 같아요. 많이 아쉽긴 한데 제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지금 제 위치에서 열심히 하면 야구는 계속 할 수 있으니까요."
세상 만사,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때로는 계획과 전혀 다른 길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그 안에서 또 다른 최선을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삶이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승승장구 하던 정해영이 고난의 시간을 극복하며 다시 타이거즈 마무리 투수로 돌아왔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당장 오늘부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 정해영은 젊다. 전도유망한 앞으로의 길. 오늘의 시련은 더 큰 내일의 영광을 품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