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후반기 4할4푼3리의 맹타로 리딩히터를 달리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캡틴 구자욱(30). 9일 잠실 두산전도 어김 없었다. 1-2로 뒤진 6회 2사 후 알칸타라를 상대로 잠실구장 가장 깊은 외야석에 타구를 떨어뜨렸다. 시즌 5호 중월 동점 솔로홈런.
홈런을 의식하지 않았지만 완벽한 체중이동과 밸런스, 약간의 바람을 타고 두둥실 담장을 넘었다. 2루를 돌며 크게 환호하게 한 기분 좋은 한방이었다. 3타수2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으로 타율을 3할3푼7리로 끌어올렸다.
홈런이든 타율이든 개인적 욕심은 없다. 오직 팀을 위해서만 뛴다. 구자욱의 경우는 진심이다. " 제가 무슨 개인적인 목표가 필요하겠습니까. 다년계약을 해서 좋은건데 개인적인 걱정은 없고, 오로지 팀에 대한 걱정이 클 뿐이에요. 어떻게 해야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강한 팀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제일 큰 것 같아요. 이런 계약을 해준 것에 대한 책임감도 있고요."
팀을 위한 고민하던 그에게 천군만마가 찾아 왔다. 절친한 후배 내야수 류지혁(29)의 가세다.
한살 터울의 두 선수. 인연이 깊다. 고교 시절 청소년대표로 한솥밥을 먹었다. 상무 시절에 다시 한 팀에서 뭉쳤던 이들은 24세 이하 젊은 선수들이 출전하는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 대표팀에서도 구창모 이정후 박민우 김하성 등과 함께 활약했다. 당시에도 구자욱이 주장이었다.
아래 위를 아울러야 할 젊은 캡틴. 선후배 모두의 신망을 두루 받는 류지혁의 가세는 큰 힘이다.
"지혁이는 선수들의 마음을 저보다 더 잘 아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래 위로 더 잘 챙기고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어요. 지혁이가 와서 저도 마음이 편하고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밥 같이 먹으면서 주로 앞으로 우리가 팀을 잘 이끌어가자 이런 말을 많이 해요. 팀을 위해 아주 중요한 선수를 잘 데리고 온 것 같아요. 가장 큰 힘이 지혁이인 것 같고, 앞으로 라이온즈를 저와 함께 이끌어갈 선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짧은 시간 내 빠르게 새 팀에 화학적으로 녹아든 류지혁. 그는 이미 '굴비즈'라 불리는 어린 선수들에게 포위돼 지낸다. 이웃사촌 김지찬과 카풀도 하고,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어색한 사이보다 호구 형이 더 낫다"며 빙긋 웃는 유쾌한 선배.
평소 순하지만 그라운드에 서면 승부욕이 활활 타오른다. 후배들에게도 신신당부를 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주입을 많이 시키거든요. 가을야구 꼭 해봐야 된다. 우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잘한다. 이런 얘기 많이 하다보면 얘들도 가을야구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새 식구들과 함께 목표는 하나. 우승이다.
"(우승) 해야죠. 맛이라도 봐야죠. 이 팀 잘할 것 같아요. 충분히, 객관적으로 제 팀이라서가 아니라 젊은 팀이고...제가 한번 물어봤어요. 형이 여기서 꼭 우승하고 싶은데 몇년이면 되겠냐 하니까 '5년이요' 라고 답하더라고요. 저는 삼성라이온즈라는 팀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봐요."
9일 두산전에 5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류지혁은 3-3이던 9회 두산 마무리 홍건희를 상대로 1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볼 3개를 골라 볼넷으로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했다. 8회말 2사 1,3루 위기를 극복한 직후 '위기 뒤 찬스'가 될 수 있는 이닝.
흐름을 읽고 타격욕심보다 출루에 힘을 썼다. 피렐라 타석 초구에 변화구 타이밍을 노려 전광석화 처럼 2루를 훔쳤다. 삼성 박진만 감독이 경기 후 "류지혁의 도루 성공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경기를 읽는 센스와 과감함 모두 칭찬하고 싶다"며 엄지를 세운 승부처였다.
피렐라의 내야안타 때 3루에 진루한 류지혁은 강한울의 2루 땅볼 때 온 몸을 날려 홈플레이트를 쓸고 지나갔다. 송구 실책이 겹치며 2루주자 피렐라까지 홈인.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절친 선배 구자욱과 함께 짜릿한 승리를 합작한 날. 팀 허리 역할을 하는 두 선수의 투혼이 합쳐 엄청난 시너지를 팀에 불어넣고 있다.
확 달라진 삼성의 끈끈한 야구. 젊은 리더 구자욱과 류지혁 듀오가 이끌어 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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