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38세의 나이에 FC서울 지휘봉을 잡은 김진규 감독대행은 호기로웠다. 불과 일주일 전의 FC서울이 아니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입가에선 미소가 지나갔다. 김 대행은 "힘든 4일이었다. 분위기가 어수선했지만 선수들이 잘 따라와줬다. 굉장히 훈련이 잘 됐다. 준비한대로 하면 무조건 승점 3점을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일류첸코는 서울의 '아픈손가락'이었다. 그는 올 시즌 출발하기 전 주장 완장을 찼다. 하지만 안익수 전 감독의 1번 옵션이 아니었다. 그는 시즌 중 주장직을 반납했다. 김 대행은 데뷔전에 일류첸코를 원톱으로 꺼내들었다.
"하루 만에 결정했다. 연습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미팅에서 지금처럼 준비하면 선발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독기가 올라있다. 큰 일을 내지 않을까 기대한다." 익살스러운 느긋함도 숨기지 않았다. 김 대행은 "많이 긴장될 줄 알았다. 3번 정도 해보니 여유가 있다"며 웃었다. 그는 안 감독이 경고 누적에 따른 퇴장 등 징계로 자리를 비운 3경기를 벤치에서 지휘했다.
승부욕도 단단했다. 그는 "얌전하게 축구하면 안된다. 10명의 김진규가 뛸 것이다. 1차 목표는 상위 스플릿"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주말 라이벌 전북 현대를 1대0으로 꺾고 반전에 성공한 홍명보 울산 감독도 경계했다. 그는 "감독 교체는 선수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위험한 경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휘슬이 울렸다. 공수표가 아니었다. 서울은 강력했고, 전반 10분 일류첸코가 골망을 흔들었다. 기성용의 강력한 슈팅이 울산 선수 맞고 흐르자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김 대행의 믿음에 화답했다.
서울의 페이스였다. '10명의 김진규'도 빛을 발했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울산 선수들을 괴롭혔다. 울산은 이동경, 김민혁이 골문을 노렸지만 최철원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은 서울이 1-0으로 리드한채 마쳤다.
김 대행은 후반 시작과 함께 빠른 변화를 줬다. 일류첸코, 임상협 김진야 대신 윌리안, 나상호 한승규를 투입했다. 홍 감독은 후반 13분 승부수를 띄웠다. 마틴 아담과 이규성 카드로 공격에 반전을 모색했다.
'절대 1강' 울산은 울산이었다. 힘겨웠던 경기에 대반등이 일어났다. 주포 주민규가 불을 뿜었다. 주민규는 후반 19분 바코의 슈팅이 흘러나오자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시작이었다.
4분 뒤 주민규는 또 한번 번쩍였다. 설영우의 크로스를 오른발로 또 한번 골네트를 갈랐다. 주민규는 7월 8일 포항전 이후 침묵했다. 그 사이 득점 선두 자리도 내줬다. 그는 50일 만에 멀티골로 부활했다. 13호골을 기록, 대전의 티아고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서울은 마지막 순간 다시 한번 번쩍였다. 윌리안이 경기 종료 직전 극장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서울이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8라운드에서 2대2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다만, 울산은 서울의 천적이었다. 울산은 2018년 4월 14일 1대0 승리를 시작으로 서울을 상대로 18경기 연속 무패(13승5무)를 기록했다.
선두 자리는 굳건하다. 울산은 승점 61점을 기록, 전날 강원FC와 1대1로 비긴 2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50)와의 승점 차를 11점으로 유지했다. 서울은 6경기 연속 무승(4무2패)의 승점 40점 고지를 밟았다. 김 대행은 값진 무승부였다.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