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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랐지만 다부진 체형, 검게 탄 얼굴에 짧게 깎은 머리. 누가 봐도 고교야구 선수다. 이 어린 학생은 두산 선수들과 함께 캐치볼을 하고, 훈련이 끝난 후엔 다른 훈련 보조요원들과 함께 그라운드 정리 작업을 도왔다. 생글생글 웃은 얼굴로 그라운드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붙임성 있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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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을 주축으로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에 앞서 부천고 야구부 선수들에게 짧은 휴가가 주어졌다. 한창 놀고 싶은 나이에 얻은 꿀맛 같은 자유시간, 그런데 김지윤 군은 주저 없이 잠실야구장 볼보이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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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과 LG가 함께 쓰는 잠실야구장에는 30명의 정식 볼보이가 활약하고 있다. 매일 훈련 볼보이 2명과 경기 볼보이 6명이 필요하다. 30명 중 그날 스케줄에 맞는 사람이 현장에 투입되는 방식이다. 지난주에 처음 볼보이로 나온 김 군은 아직 30명의 정식 풀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자리가 비었을 때 투입되는 일종의 수습 요원 신분이다. 경력이 쌓여야 정식 풀에 포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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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군의 깍듯한 인사에 세 선수가 동시에 "야구부냐?"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고교야구 선수가 쉬는 날에 일하러 온 게 기특했을까? 허경민은 자기 글러브를 김 군에게 건네며 함께 훈련하자고 제안했다.
끝이 아니다. 투수조 훈련이 끝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최원준이 펜스 그늘에 앉아 땡볕을 피하고 있던 김 군을 보더니 "따라와"라며 이끌었다. 최원준이 데려간 곳은 다름 아닌 '라커룸'. 더위 좀 식히라는 최원준의 배려, 감동이었다. 라커룸을 구경하고 나오던 김 군이 이번엔 실내연습장에서 수건을 들고 섀도 피칭을 하는 김동주와 시선이 마주쳤다. 까까머리 소년의 씩씩한 인사에 김동주가 한 말. "같이 훈련할래?"
잊을 수 없었던 이날의 경험. 27일(일요일)은 빈자리가 없어서 볼보이를 할 수 없어지만, 김 군은 또 야구장에 왔다.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하고, 훈련 지켜보고, 함께 던지고, 도왔다.
'마지막'과 '최선'을 말한 김 군의 꿈은 '영구결번'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의 희망은 30명 정원의 잠실구장 정식 볼보이 요원에 포함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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