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KFA)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수차례의 경고음에도 안하무인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A대표팀 감독의 '레전드 놀이'는 상식을 넘어 경악스러울 정도다. 졸전에도 아들을 위해 웨일스 주장 아론 램지(카디프시티)에게 유니폼을 요청한 것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자랑한다. 적어도 감독으로 지켜야 할 '품위'라는 것이 있다. 유럽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댈 때가 더 많다.
더 놀라운 일은 또 있다. A매치 기간이다. 그는 한국 축구의 녹을 먹고 있다. A매치 기간에는 온전히 대표팀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 기간에도 '외도'를 시도했다. 10일(한국시각) 친정팀 바이에른 뮌헨과 첼시의 자선경기에 출전하겠다고 갈팡질팡했다.
출전 선수 명단에는 그의 이름이 버젓이 올라있었다. 최종적으로 불참은 했지만 '자선경기인데 왜 안 되느냐'며 마지막 순간까지 어린아이 마냥 떼쓰기도 했다.
도가 지나쳐도 한참을 지나쳤다. 본분을 완전히 망각했다. 국내 감독이었다면 이미 '경질각'이다. 아마 KFA가 가만히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재택 근무'에 따른 폐해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팀은 호흡이 짧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시기에만 선수들을 소집할 수 있다. 올해는 3, 6, 9, 10, 11월이다. 그래서 힘들다. 인내도 필요하다. 길지 않은 시간에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선수 파악은 기본이고 모든 구상이 서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직접 보지도 않고 뽑은 선수도 있다. 1~2경기만을 본 후 대표팀에 활용하다보니 옷이 맞지 않는다. 중앙 자원을 측면에, 수비형을 공격형에, 소속팀에서조차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를 '깜짝 발탁'한 후 경기에 투입하다보니 무색무취의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라운드에선 그의 고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3무2패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는 빈 공백을 사실상의 '휴가'로 활용하고 있는 듯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국내 상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데 따른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클린스만 감독보다 더 큰 문제는 KFA다. 실무에서 교통정리를 해야할 미하엘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유명무실하다. 클린스만 감독과의 소통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10일 영국 런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났다. 그는 국내 상주에 대해서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K리그 감독들과의 대화도 바랐지만 현실이 되지 않았단다. 항저우 아시안게임대표팀과의 차출 과정에선 '병역의 의무'에 대한 지식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업무는 90%는 KFA, 10% 다른 일이라고 했다. 2주에 한 번씩 이뤄지는 미국 매체 ESPN과의 인터뷰, FIFA, 유럽축구연맹(UEFA)과의 약속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설명했다. KFA가 도대체 어떤 식으로 클린스만 감독과 계약을 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이대로면 '클린스만의 시간'은 길지 않다. 직무를 유기한 KFA의 현 집행부도 마찬가지다. 이제라도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야 된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20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주고 계속 지켜만 볼 것인지 묻고 싶다.
'영원한 라이벌' 일본이 적지에서 '전차 군단' 독일을 상대로 4골을 쏟아부으며 4대1로 완승했다. 한국 축구로선 충격적인 소식이다. 일본은 국내파인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과의 장기 비전을 기본 축으로 체계적으로 대표팀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카타르월드컵에서도 드러났지만 목표로 내건 2030년 월드컵 4강, 2050년 우승이 결코 허상이 아니다.
반면 한국 축구는 어떤가. 클린스만 감독을 낙점한 정몽규 KFA 회장이 답을 내놓을 차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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