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5년 전 황의조는 영웅이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홀로 9골을 터뜨리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금메달을 선물했다.
김학범 당시 감독과 '인맥 논란'과 함께 대회를 시작한 황의조는 첫 경기부터 펄펄 날았다. 바레인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전반 17분 선제골을 시작으로 전반에만 2골을 더 몰아쳐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팀은 6대0 대승했다. 황의조는 조별리그 3차전과 결승전 한-일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득점했다. 손흥민 이승우 황희찬 김민재 등이 즐비한 대회에서 가장 빛난 건 누가 뭐래도 황의조였다.
토너먼트 대회에서 황의조와 같은 골잡이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환경 변수, 어려운 상황을 단 한 방으로 극복해주기 때문이다.
전무후무한 3회 연속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을 노리는 황선홍호에도 '넥스트 황의조'는 꼭 필요하다. 19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각) 진화스타디움에서 쿠웨이트를 상대로 한 조별리그 E조 첫 경기에서 시원한 득점포를 가동해준다면 금메달 도전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항저우의 황의조'가 될 후보는 여럿이다. 우선, 연령대별 대표팀의 손흥민으로 불리는 조영욱(김천)이다. 조영욱은 올시즌 K리그2에서 13골을 넣으며 득점랭킹 2위를 달린다. 시즌 중 은사인 정정용 감독이 부임한 뒤 상승세를 탔다. 에이스를 뜻하는 등번호 10번을 달았다. 골잡이 출신 황선홍 감독이 조영욱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영욱은 최소 3골을 목표로 잡았다.
박재용(전북)과 안재준(부천)은 최종명단 발표 때부터 '2부리그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박재용은 2부 안양에서 뛰다 지난여름 전북으로 이적했다. 1부 경험이 부족하거나 없는 선수를 굳이 데려가야 하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황 감독은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며 두 선수를 감싸안았다. 박재용과 안재준은 실력으로 모든 논란을 떨쳐내겠단 각오다.
송민규(전북) 엄원상(울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은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된 검증된 자원이다. 이번 대표팀의 특징 중 하나는 와일드카드를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백승호)와 수비수(박진섭, 설영우)로 채웠다는 점이다. 각 연령대에서 최고 레벨을 자랑하는 송민규 엄원상 정우영은 큰 경기를 치러본 경험을 바탕으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고영준(포항)은 깜짝 스타가 될 자질을 갖췄다. 고영준은 올시즌 포항에서 8골 1도움(26경기)을 기록하며 데뷔 4년만에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날카로운 발끝으로 쿠웨이트 골문을 정조준한다.
한국은 쿠웨이트전 이후 21일 태국과의 2차전, 24일 바레인을 모두 같은 장소에서 치른다. 6개조 상위 2개팀과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4팀, 총 16개팀이 16강에 진출한다. 항저우(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